"모두 승리 원하지만 '통합'엔 물음표"
"기득권 깨는 '혁신'없인 연합도 없다"

[토론회]'백만민란' '진보통합' 등 시민정치운동 총출동... 2012년 연합정치 어떻게?

등록 2011.02.15 22:03수정 2011.02.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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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연합정치 토론회-2012년을 향한 혁신과 연대'에서 "진보정당 통합은 통합대상이 아닌 다른 개혁진보 정당과의 협력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통합과 연대전략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연합정치 토론회-2012년을 향한 혁신과 연대'에서 "진보정당 통합은 통합대상이 아닌 다른 개혁진보 정당과의 협력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통합과 연대전략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한 번 물어보자. 민주당 당원들은 과연 합당을 원하고 있을까? 진보신당 당원들이 합당을 원하고 있을까?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현재 개혁진보 진영의 유권자 지형 자체는 분명 분열된 상태다. 그런데 이들은 굉장히 유연하기도 하다. 각자 기반 정서가 다르고 때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일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응집현상도 함께 나타난다."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현재 야권이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인 대목을 짚었다. 분명 지지 정당이 서로 다르건만 선거시기에선 '하나의 후보'를 요구하는 여론이다. 현재 모든 야당은 '연합정치'가 '대의'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야당이 합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소장은 "모두가 승리를 원하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통합을 원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의 분석과 일치한다. 당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단일화의 방법에 대해선 응답자의 51%가 각 정당이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후보만 통합하는 방안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여기서 현실적 문제가 제기된다. 각 정당이 독자성을 유지한 가운데, '하나의 후보'를 내는 것이 쉽겠냐는 문제의식이다. 현실 정당의 입장에선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유지·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 각 정당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 '집권'인 이상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물며, 각 정당의 지향성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결국 이 때문에 '통합'만이 국민이 원하는 한나라당과의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단 주장도 나온다.

지금 시민사회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민정치운동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범야권단일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통합론'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국민참여당 등 중도정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이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연합론'도 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6월 지방선거 당시 야5당의 선거연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자임했던 '희망과 대안'이 주최한 '연합정치 토론회'에선 이 같이 다양하게 진행 중인 시민정치운동의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통합 or 연합] 2012년 총선, 야권단일후보 위한 현실적 방법은?


a  김두수 '백만민란 국민의명령' 집행위원.

김두수 '백만민란 국민의명령' 집행위원. ⓒ 유성호

'통합론'의 흐름에서 가장 실체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배우 문성근씨가 주도하고 있는 '백만 민란'이다. '백만 민란'은 15일 현재 7만1434명이 참여하고 있다.

'백만 민란'에서 활동 중인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는 "낮은 단계의 연합인 '후보단일화'와 중간 단계의 연합인 '연합공천'이 이뤄질 수 있었다면 '백만 민란'은 탄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후보단일화와 연합공천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단일정당이 되는 게 국민이 요구하는 한나라당과의 '1 대 1 구도'를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이란 얘기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선거연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제왕적 총재가 있던 과거보다 약화된 현 지도부의 권위로는 선거연합에 대한 당 내부 기득권자의 저항을 이겨낼 수 없다"며 "유력한 대선후보도 없어 다른 당의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의 손석춘 공동대표는 "현 야권의 정치지형을 야5당이 아닌 1+4당(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체제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5당을 동등한 위치로 상정해 진행하는 연합 및 통합 논의가 자칫 민주당 중심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염려한 것. 현재 시민회의는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른 바, '선 진보통합 후 선거연합' 입장이다.

손 공동대표는 "그동안 민주당이 외부에서 끝없이 '수혈'을 받았는데도 오늘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민주당을 변화시키고 혁신시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통합 및 연합 논의에서 반 신자유주의 등 지향성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견고한 힘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민노당·진보신당 등 진보 양당을 뛰어넘는 국민적 진보정당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연합정치도, 한나라당의 집권저지도, 한국정치의 질적 발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통합 and 연합] 대결 아닌 선순환 구조 가능... 정치 주체의 혁신부터

a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 유성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연합과 통합이 논리적으로 충돌되는 일이 아니다"고 경계했다. 통합론과 연합론이 2012년 총선을 겨냥, 상대방의 '실현 가능성'만 문제 삼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발전적이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그는 "현재 진보개혁세력이 다양한 정치세력으로 분화된 상황에서 연합의 발전을 통해 통합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고 통합적 흐름이 강화되면 연합을 위한 중심동력도 강해질 것"이라며 "통합론이든, 연합론이든 각자의 영역에서 실천을 담보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빅텐트론'을 제기했던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통합론과 연합론 중 어느 하나를 선험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민주주의·인권·복지·노동 등 현재 중층적인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집권가능한 강력한 정치주체를 형성하는 게 연합정치의 목표"라며 장기적으론 연합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백만 민란'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치지형의 재편 필요성을 본 셈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연합정치의 중심적 화두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이든 연합이든 현 정당 내 기득권 구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선 난망하다는 것.

그는 "민주당의 계파 구조나 진보정당의 정파 구조를 깨지 않고선 선거연합조차 성사시킬 수 있겠나"라며 "기존 기득권을 혁신을 통해 타파하지 않는다면 선거연합 논의가 상층협상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혁신 없는 정책연합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며 "시민사회가 각 정치구조의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역할] '기득권 연합' 넘어설 새로운 동력 마련해야

a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 유성호

각자가 생각하는 '연합정치'의 경로를 뛰어넘어 시민사회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토론회 발제를 맡았던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정치운동 단위들이 연합을 통한 2012년 선거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적어도 일정 시기에 이르러선 공동의 기획, 역할 분담 등 다양한 협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희망과 대안' 역시 지방선거 이후 다양하게 전개 중인 시민정치운동을 지원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시민사회가 '범국민운동' 성격을 지닌 기구를 결성해 연합정치를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인성 '시민주권' 공동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각 정당 간의 신뢰가 너무 약해 정당끼리 (연합을)논의하고 조정하기 힘들단 점을 경험했다"며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일반 유권자들을 매개할 수 있는 국민적 성격의 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두수 이사도 "백만 민란 운동이 목표하는 '100만 명'을 모으기 위해선 우리 사회의 아젠다와 정책, 대안적 가치를 생산해야 한다"며 "'희망과 대안'이 대안적 프레임 구축과 아젠다를 마련하는데 도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남주 교수 역시 "현재의 정책연합이 정당 간 선거연합이란 '기획'에 종속될 경우, 정책의 내용이 풍부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계하고 나섰다.

그는 또 시민사회를 향해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모아나가기 위한 공동의 '플랫폼'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 정치구조 내에서 기득권적 세력의 연합이 아닌 새로운 동력이 결합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연합정치 #시민정치운동 #희망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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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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