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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음섬(우음도),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육지 속에 섬이 되어버린 작은 섬에는 풀씨가 날아와 풀밭을 이루고, 들풀들에 이어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할 나무들이 하나 둘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고 있었다.
아직은 바다의 흔적도 간직하고 있는 터라, 풀밭 사이 드러난 땅에는 조개껍데기들이 즐비하다.
그곳은 언제부턴가 사진가들 사이에서 명품 출사장소로 각광을 받았으며, 수많은 이들이 특정한 나무(왕따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아 세상에 퍼뜨렸다. 그리하여 '우음도'의 존재는 내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시화방조제로 바다가 육지가 되자 우음도에 살던 이들은 고향을 등지고 떠났으며, 땅으로 재미를 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에게 땅은 무엇일까? 소유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거나 돈벌이의 수단이거나 아니면 이 땅의 삶을 다하고 떠날 때 묻힐 곳이거나. 제법 사람들과 가까이 살던 바다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켜 육지가 되고 싶은 자신들의 욕망을 쉽게 채운 것은 아닐까?
맨 처음에는 우음도의 유명한 모델이라고 하는 '왕따나무'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초입에서 그 나무를 찾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모델이 되어주고, 이곳에 오면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그 나무가 왕따일 리가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냥 너무 평범해서 눈길을 받지 못하는 나무, 이곳에서는 평범하여도 각별한 나무의 곁으로 다가갔다.
바람에 들풀이 파도소리를 닮은 소리를 낸다. 바스락거리며 몸을 부디끼는 소리가 가장 큰 계절은 아마도 이맘때일 것이다. 지난 봄 싹을 냈던 풀들이 혹한의 겨울을 온전히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이할 때쯤 되면, 사계절을 온전히 보내고나면 삶이라는 것이 뭐 별것인가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서로 몸을 비벼대며 마지막 남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다가 풀과 나무가 자라는 들판이 되었다. 사람들이 그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리한 것이라면 그 얼마나 큰 반전인가? 바다가 들판이 되고, 들판이 바다가 되면 새 세상이 도래되지 않겠는가?
풀이라고는 겨우겨우 짠물에도 넉넉하게 살던 칠면초밖에 없었던 들판, 그 칠면초의 뿌리를 간지럽히던 게들이 살던 그곳에 들풀이 자라는 것처럼 육지도 바다가 되면 또 다른 것들이 살아갈 것이 아니겠는가?
천지개벽, 후천개벽이 아니고서 과연 이 세상에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아직도 그곳은 바다였다. 들풀의 물결이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이고, 쓰러졌다 일어서는 풀들은 모래사장을 적시고 이내 빠져나가는 바닷물이다. 그 바다에 발을 담그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내 몸을 적신다.
들풀 속에 들어있는 바다에 대한 추억들, 연한 풀을 맘껏 자라게 하여 소울음 그치지 않게 하고 싶었던 꿈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 연한 풀 뜯어먹을 소도 사라졌지만 들판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바다가 되고 싶은 꿈.
바다가 보고 싶다. 우음도를 뒤로 하고 그 바다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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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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