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금성 아래, 새하얗게 빛나는 설악산
성낙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설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면서 대다수 도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혼란과 일부 산간 마을에 고립된 주민들이 남모르게 감수해야 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허리 위로 쌓인 눈이 그저 징글맞기만 하다.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그냥 그렇게 나 혼자 마음을 다잡아 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순백으로 변한 들판과 산비탈에 서 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입이 벌어진다. 땅이란 땅은 모두 하얀 색으로 뒤덮여 있는 이 어마어마한 광경에 시종 초연한 모습으로 일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절로 눈이 돌아간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새 '아'하고 탄성을 내지른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