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전기와 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남쪽 헬완의 쓰레기마을에서 만난 아브라미가 발전기 대용으로 쓰고 있는 자체 모터를 보여주고 있다.
김덕련
이들은 전기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마을에 전기 자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저를 둘러싼 사람들 중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으니까요(이곳에서 휴대전화로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량의 전기는 자체적으로 구입한 작은 모터를 발전기 삼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 모터도 값이 만만치 않아 마을에 몇 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물과 마찬가지로 전기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주변의 공장 등에는 물과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며 "파이프만 연결하면 여기서도 물이 나올 텐데 정부에서 그걸 안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이집트가 아니다. 다른 나라다"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었습니다.
이들은 제대로 공급만 해준다면 물·전기 사용료를 내겠다며 "무바라크든 새 정부든 물과 전기를 주는 게 좋은 정부"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와서 숙제를 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남자가 "여기에는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 아이들이 많은데, 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선풍기 2대나 카펫, 아니면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쓰레기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낸 다음 그걸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자신들로서는 그런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 남자는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문제에 대해서도 "먹는 게 우선이고 신발은 나중"이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이들은 경찰도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샤이 가게에서 일하는 아브라미는 오른쪽 팔뚝을 걷어붙이며 말했습니다. "여기 길게 긁힌 자국이 있다. 일하다가 유리에 베인 상처다. 그런데 경찰이 와서 '마약을 한 증거'라며 날 잡아간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경찰이 수시로 와서 뇌물을 받아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