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건설사와 똥쟁이 배만 불려
1달 내내 12시간씩 일해도 신용불량자"

건설노동자 임금실태 살펴보니... 임금 체불·어음발행·불법알선수수료 문제 심각

등록 2011.02.22 10:37수정 2011.02.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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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덤프트럭 운전하겠다고 하면 처가에서 뜯어말려야 해요. 뭐, 그런 사람과 결혼할 여자는 없겠지만…."

 

21일 오후 차량을 타고 대구로 향하는 길,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기자와 함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지급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경북 김천·구미시의 낙동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뒤였다.

 

우리가 만난 한 사람은 임금 체불로 '신용불량자'였고, 또 다른 노동자는 하루도 안 쉬고 한 달 내내 12시간씩 일을 했다는 '로봇'이었다. 부도 어음 탓에 시름하는 이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4대강 사업장에 만연된 저임금과 알선수수료 갈취 등이 이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송찬흡 지부장은 "20년 전인 1990년에는 덤프트럭을 운전하면, 일당 40만 원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며 "당시 리터(ℓ)당 180원 수준이던 기름값은 10배, 전체적인 물가 역시 그 정도 올랐지만, 현재 4대강 현장에서 덤프트럭 기사의 임금은 20년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된다고 했다"며 "하지만 책정한 임금보다 적게 주는 원청 건설사와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챙기는 '똥쟁이' 탓에 건설노동자 삶은 피폐해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계약된 일당 86만 원·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 원... 나머지는 누가 가져갔나? 

 

 21일 4대강 사업 낙동강 25공구(경북 구미시 소재) 현장에서 덤프트럭들이 멈춰서 있다. 이날 오후 건설노동자들은 고질적인 임금 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덤프트럭 운행을 중지했다.
21일 4대강 사업 낙동강 25공구(경북 구미시 소재) 현장에서 덤프트럭들이 멈춰서 있다. 이날 오후 건설노동자들은 고질적인 임금 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덤프트럭 운행을 중지했다.선대식
21일 4대강 사업 낙동강 25공구(경북 구미시 소재) 현장에서 덤프트럭들이 멈춰서 있다. 이날 오후 건설노동자들은 고질적인 임금 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덤프트럭 운행을 중지했다. ⓒ 선대식

 

"회사에서 파업 주동자를 찾고 있어요. 차 안에서 얘기하죠."

 

경북 구미시 진평동 동락공원에서 만난 김현철(가명·53)씨는 기자를 자신의 승용차 안으로 이끌었다. 차 안에서는 그가 일하는 낙동강 25공구가 내려다보였다. 그는 "안 그래도 적은 임금인데, 고질적인 임금 체불 때문에 오늘 오후 모든 덤프트럭이 멈춰 섰다"고 말했다.

 

25.5톤 트럭을 운전하는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일해 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점심시간 제외) 일한다. 그가 받는 일당은 47만 원. 김씨가 한 달에 월 평균 22일가량 일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임금은 1034만 원(47만 원×22일)이다.

 

여기에서 기름값(월 평균 350만 원), 차량 할부금(월 300만 원), 보험료(월 평균 40만 원), 차량수리비(월 평균 100만 원)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 남짓이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건설노조가 금강 1공구 단가산출서를 분석한 결과, 25톤 덤프트럭 운전사들의 하루 10시간 근무 기준 일당은 86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비가 부풀려진 곳은 114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기자가 이 사실을 언급하자, 김씨는 "4대강 사업장에서는 꿈같은 얘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임금 체불 탓에 신용불량자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분 임금은 아직 받지 못했다. 일당을 벌지 못하는데도 김씨를 포함해 40여 명의 운전사들이 스스로 덤프트럭을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씨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터뷰를 길게 하면 주동자로 몰릴 수 있다"며 기자를 내려주고 서둘러 낙동강 둔치로 차를 몰았다.

 

송찬흡 지부장은 "4대강 현장에서는 일당이 50만 원 수준"이라며 "정부와 건설사가 계약한 금액은 차치하더라도,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실제 일당은 훨씬 적다. 그런데도 임금 체불 외에는 아무 말 못하는 게 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불법 알선수수료 챙기는 '똥쟁이'들... "억울해서 4대강 사업 일 그만뒀다"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에서는 불법 알선업자들이 알선료 명목으로 건설 노동자의 일당 중 1~3만 원을 뗀다. 사진은 낙동강 한 사업장의 운송 알선도급 계약서.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에서는 불법 알선업자들이 알선료 명목으로 건설 노동자의 일당 중 1~3만 원을 뗀다. 사진은 낙동강 한 사업장의 운송 알선도급 계약서.건설노조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에서는 불법 알선업자들이 알선료 명목으로 건설 노동자의 일당 중 1~3만 원을 뗀다. 사진은 낙동강 한 사업장의 운송 알선도급 계약서. ⓒ 건설노조

 

낙동강 26공구 인근의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구미지회에서 만난 박경철(가명·40)씨를 두고 주변에서는 '로봇'라고 불렀다. 박씨가 지난해 10월 근무 현황을 적어놓은 노트를 보여주자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단 하루도 쉰 날이 없었다. 그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2시간 일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4대강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때문이냐?"고 묻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그건 감수한다"면서 "불법적인 알선수수료 때문에 일을 그만 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악질적인 '똥쟁이'들 때문에 도저히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신용불량자 된다, 너무 억울했다"고 밝혔다.

 

'똥쟁이'는 건설노동자들이 알선업자를 일컫는 속어다. 건설노동자는 1차 하청업체와 계약한 후 일한 대가를 직접 받아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하청업체와 건설노동자 사이에 이들 알선업자들이 개입해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뗀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불법인데다, 수수료가 적은 돈이 아니다. 박씨의 말이다.

 

"내가 일한 낙동강 26공구는 '탕뛰기' 현장이다. 일당을 받는 게 아니라, 모래를 몇 번 실어 날랐느냐에 따라 돈을 받는다. 왕복 12km인 1탕에 3만 원을 받는다. 이중 2천 원이 수수료다. 하루에 18탕을 뛰면, 54만 원 받는다. 수수료만 3만 6천 원이다. 지난해 10월 1126만  원을 벌었는데, 85만2000원을 수수료로 뗐다. 기름값 등을 빼면 남는 돈도 없는데…."

 

그는 "당시 덤프트럭이 30대 정도 운행됐으니, '똥쟁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한 달에 3000만 원을 번 것"이라며 "덤프트럭 운전사들은 그만큼 돈을 빼앗기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낙동강 9개 공구의 알선료 현황을 따져본 결과, 1~3만 원의 알선 수수료를 떼는 관행은 여전했다.

 

김천시 신음동에서 만난 한 최시현(가명·43)씨는 최근 부도 어음 때문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지난달 10월 낙동강 32공구에서 20일간 일한 대가는 890만 원. A하청업체는 현금이 많지 않다며 630만 원의 약속어음을 지급했다. 1월 말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4일 김씨는 A업체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씨는 노조와 함께 원청 건설사인 두산건설에 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두산건설은 3월까지 못 받은 돈의 78%만 지급해주기로 했다. 최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름값 등을 빼면, 10월 동안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카드 돌려막기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며 "차량 할부금이 밀린 캐피탈업체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차를 뺏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전화 받는 것조차 두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하청업체가 건설 노동자에게 일당을 현금 대신 약속어음으로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가 부도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사진은 최시현(가명·43)씨가 받은 부도 어음.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하청업체가 건설 노동자에게 일당을 현금 대신 약속어음으로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가 부도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사진은 최시현(가명·43)씨가 받은 부도 어음.건설노조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하청업체가 건설 노동자에게 일당을 현금 대신 약속어음으로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가 부도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사진은 최시현(가명·43)씨가 받은 부도 어음. ⓒ 건설노조

 

"4대강 사업은 건설사와 똥쟁이들 배불리기 위한 것"

 

송찬흡 지부장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는 "낙동강 한 사업장의 B하청업체는 건설 노동자한테 임금을 주는 것처럼 3200만 원을 지급한 후, 다시 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리는 곳도 있다"며 "그 돈으로 원청 건설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인적인 노동강도, 계약보다 적은 장비 사용료(덤프트럭 운전사 인건비), 불법 알선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건설사와 알선업자가 노동자 몫의 많은 돈을 착복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은 건설사와 똥쟁이들 배불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건설 노동자들의 계약된 일당과 임금 실수령액 실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국 4대강 사업 현장에서 건설사와 알선업자들이 모래 운반비용에서 챙긴 돈이 71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국토해양부 소관 전국 4대강 사업현장(168개 사업장)에서 대형건설사들이 인력과 장비를 계약 내용(2만9000여 명·1만3000여 대 투입)보다 적은 9000여 명의 인력과 5000여 대의 장비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약 2조 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4대강 인부 2만명-장비 8천대가 사라졌다

#4대강 사업 #알선 수수료 #건설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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