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비리 폭로자는 왜 계좌번호를 현대차 임원에게 보냈나

현대차비정규직노조 25일부터 상경 투쟁... 동력 상실 이유는?

등록 2011.02.25 17:05수정 2011.02.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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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9일 상경 투쟁을 앞두고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9일 상경 투쟁을 앞두고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현대차비정규직노조

지난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의 "정규직화 인정"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도 사측이 대규모 징계를 단행하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예고대로 25일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 앞 노숙투쟁을 단행했다.

하지만 당초 조합원 1000여 명 이상이 파업농성에 참가할 것이라는 계획과는 달리 이날 울산공장에서는 80여 명의 조합원만이 상경해 2차 파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동력 약화는 최근 노조의 전 사무국장이 유인물을 뿌리면서 폭로한 일부 노조간부의 조합비 유용의 후폭풍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론도 싸늘해졌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전 사무국장 A씨는 지난 21일 유인물을 통해 "노조 임원들이 통장에서 임의로 조합비를 인출해 유흥비, 복권 구입비, 사행성 게임장 비용 등으로 사용했고 횡령규모는 2000여만 원이 넘는다. 저와 다른 임원은 조합비를 인출해 사측 관리자의 차량을 얻어 타고 사행성 게임장에 다닌 적도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그는 "사회적 약자인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 하에 우리의 투쟁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선동했던 금속노조와 외부단체 형님 활동가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또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또 다시 2차파업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고 해 의아심을 자아냈었다.

이후 각종 언론에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이에 따른 정규직화 파업 무용론을 언급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파문이 일자 25일 파업을 앞두고도 노조지도부가 지난 23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했다. 당시 대회에서는 25일부터의 상경투쟁을 결의했지만 동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노조 임원의 조합비 유용을 폭로한 전 사무국장 A씨가 사용한 휴대전화에 하청업체를 담당하는 현대차 임원과 통화한 기록과 그 임원에게 보낸 A씨의 계좌번호가 발견돼 폭로 배후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폭로는 모두 사실인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속보. 폭로한 전 사무국장이 현대차 임원과 통화하고 계좌번호를 보낸 것을 발견했다고 적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속보. 폭로한 전 사무국장이 현대차 임원과 통화하고 계좌번호를 보낸 것을 발견했다고 적었다현대차비정규직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A씨는 일부 노조간부들이 돈을 인출한 통장의 관리를 맡는 직책이었다. 폭로 전날인 지난 20일 A씨는 노조의 사무처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이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노조는 당사자들과 면담을 통해 이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A씨가 유인물을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의 폭로물을 현장에 뿌리며 노조를 혼란으로 빠지게 했다.

당황한 노조는 A씨를 찾았으나 그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업무용으로 A씨에게 지급한 후 회수한 휴대전화를 점검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A씨가 하청업체를 담당하는 현대차 대외협력팀 B이사와 통화한 기록과, 그에게 문자로 보낸 A씨의 신협계좌가 발견된 것.

현재차비정규직노조가 당시 소식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다 노조간부와 사측의 연류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A씨가 폭로한 내용 중 "사회적 약자인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 하에 우리의 투쟁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선동했던 금속노조와 외부단체 형님 활동가... 2차파업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과연 그가 혼자 이런 문구를 만들어냈느냐 하는 것.

또한 언론에 대서특필된 '노조 간부 조합비 횡령' 등 내용이 당사자들이 직면한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잔혹한 보도라는 입장이다.

노조간부들, 몇 달째 생활비 없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비대위는 전 간부 C씨가 1400만 원, D씨가 70만 원, E씨가 25만 원을 조합원 보고도 없이 유용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왜 조합비를 유용했을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파업 농성을 전후해 회사측은 노조전임자 임금을 차단했고, 노조 간부들은 그동안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C씨의 경우 노모가 오랫동안 요양원에서 투병 중인 데다 결혼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D씨도 임대아파트 잔금을 앞두는 등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업 후 이들 노조간부들이 대부분 수배 상태이며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노조에서 활동비가 지급되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도 조합비 유용을 불러온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비정규직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조합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노조를 지원하는 현대차 정규직노조 활동가는 "노조 조합비를 유용한 것은 백 번 잘못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본질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한 것이며 정규직화를 해야 하는 것으로, 이를 정규직화 투쟁에 악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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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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