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발부자 잡는 시늉 좀 하라"

현대차비정규직 폭로자가 간부에게 보낸 문자 공개...상식 벗어나는 내용 많아

등록 2011.02.28 17:44수정 2011.02.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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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부터 시작돼 3월 1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화 요구 2차 파업이 사실상 무력화된 계기를 제공한 것은 노조간부의 '조합비 유용'폭로였다.

 

비정규직 폭로자는 2차 파업을 앞두고 현대차 임원과 통화하고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줘 폭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 노조비리 폭로자는 왜 계좌번호를 현대차 임원에게 보냈나).

 

이런 가운데 폭로자가 현대차 노무 관리자와 주고 받은 휴대전화 문자내용 중 "체포영장 발부자 잡는 시늉 좀 하라"고 하는 등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들이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a  폭로자가 사용한 휴대전화 문자함에 남아 있는 현대차 임원에게 보낸 계좌번호

폭로자가 사용한 휴대전화 문자함에 남아 있는 현대차 임원에게 보낸 계좌번호 ⓒ 박석철

폭로자가 사용한 휴대전화 문자함에 남아 있는 현대차 임원에게 보낸 계좌번호 ⓒ 박석철

기자가 현대차비정규직 노조로부터 확보한 폭로자의 대전화 문자함 자료에는 지난 1월 31일 오전 11시 47분 현대차 하청업체 담당이자 1차 파업 후 교섭위원인 현대차 A이사에게 보낸 계좌번호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폭로자는 계좌번호를 현대차 임원에게 알려준 21일 뒤인 2월 21일 사내 유인물을 통해  "노조 임원들이 통장에서 임의로 조합비를 인출해 유흥비, 복권 구입비, 사행성 게임장 비용 등으로 사용했고, 사회적 약자인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 하에 우리의 투쟁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선동했던 금속노조와 외부단체 형님 활동가가 또 다시 2차파업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고 밝혔다.

 

조계사 단식농성날 이상한 문자 보내

 

a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폭로자가 현대차 노무 담당 과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체포영장 발부자를 잡아가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했다. 이날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상수 전 지회장이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던 날이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폭로자가 현대차 노무 담당 과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체포영장 발부자를 잡아가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했다. 이날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상수 전 지회장이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던 날이다. ⓒ 박석철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폭로자가 현대차 노무 담당 과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체포영장 발부자를 잡아가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했다. 이날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상수 전 지회장이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던 날이다. ⓒ 박석철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2차 파업에 불을 붙인 것은 법원의 판결 뒤에 나온 회사 측의 태도였다.

 

지난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인정" 판결을 내렸고, 사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항고 움직임을 보였다. 비정규직노조에서는 2차 파업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현대차가 재항고 등 법원 판결 불인정 움직임을 보이자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이상수 지회장은 판결 하루전인 2월 9일 서울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회사측의 법원 판결 불이행을 전국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상수 지회장이 조계사로 향하고 있던 2월 9일 오전 9시 58분~10시 10분, 폭로자는 현대차의 하청업체 담당 노무관련 부서인 협력지원팀 B과장에게 수 차례 문자를 보냈는데, 그 내용이 상식을 벗어난다. 

 

이날 폭로자가 보낸 문자내용은 '9시 58분 : 뭐야 좀 맞고 잡아가고 해야지' '10시 03분 : 체포영장 발부자 잡는 시늉 좀 해요. 그래야 상무가 빨리 가지' '10시 06분 : 박00(비정규직노조 법규부장)만 알고 있음. 치사한 놈. 나한테도 안 갈켜 주네요' '10시 10분 : 내 폰 번호는 다 알아도 왜 안 잡으러 오나요. 좀 오이소. ㅋㅋ' 라며 아주 민감한 내용을 마치 현대차 간부와 농담하듯 문자로 보냈다.

 

앞서 이틀전, 비정규직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신임 임원을 선출하던 2월 7일에도 폭로자는 현대차 협력지원팀 B 과장에게 문자를 보내 '만나서 얘기 합시다 시간 돼요'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노조간부의 잇따른 사퇴로 누가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새 임원이 되느냐는 것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인정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21일 조합비 유용사건의 핵심인 전 사무국장과 현대차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조합비 유용 문제를 악용하여 불법파견 문제를 덮으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일상적 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와 조합원 징계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2.28 17:44ⓒ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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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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