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의 대학 새내기 시절 모습서울 생활을 시작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들 녀석은 지난해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 현재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다.
지요하
아이들 이사 문제가 마무리된 지금, 비로소 차분해진 상태가 되었다. 한마디로 안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울적하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또 한 번의 아이들 이사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그것 역시 또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아이들의 이사 문제는 오랜 세월 내게도 과중한 짐이 될 것 같다. 우선 올해 여름방학에는 딸아이의 거처를 정해야 한다. 학교 기숙사로든 상도동 이모 댁으로든 거처를 옮겨야 하고, 학교 졸업과 동시에 다시 거처 문제를 안아야 한다.
아들 녀석도 신림동 고시촌 원룸에서 1~2년 생활한 후로는 학교 안의 고시 준비생들을 위한(시험을 쳐서 들어간다는) 기숙사로 들어가게 될지, 그냥 줄곧 신림동에서 신촌으로 통학을 할지, 대학생활 후에도 고시공부를 계속하게 될지, 모든 게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의 인생살이 가운데 이사를 해야 할 일이 많으리라는 사실이다.
'공부를 시켜주는 것으로 아비의 역할은 끝'이라는 말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지만, 재력이 없는 처지로서는 아이들에게 지레 미안하고 무안하다. 장래 아이들의 집 장만을 거들어 줄 능력이 내겐 없다. 건강치 못한 몸에 나이는 늘어가고 있으니, 아이들의 거처 옮기는 일에 손을 보태주는 것도 금세 한계가 올 것이다.
6년 전에 엄마 잃은 조카아이들을 데리고 살던 중 큰 녀석이 고교생이 되면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 짐을 덜게 되었는데, 그 녀석도 내년에는 대학을 가야 한다. 그러면 조카 녀석의 거처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 문제를 일용직 기술근로자로 생활하는 동생에게 전적으로 맡겨도 될지, 내가 일정 부분 관여를 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저 내게는 가지각색의 짐도 많고 일도 많다는 생각만 명료할 뿐….
시골에서 달랑 아파트 한 채 지니고 사는 가난한 처지로서는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거처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에 비애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당장에는 1000~2000만 원대의 보증금과 수십 만 원의 월세로 해결을 해나가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전세 문제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전세대란'도 겪게 될 것이다. 아직은 보증금과 월세 수준이기 때문에 요즘의 '전세대란'을 직접적으로 겪지는 않지만, 미구에 나도 실감하게 될지 모른다. 도처에서 들려오는 전세대란에 따른 비명과 신음과 아우성들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소이(所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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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이사, 이사... '전세대란' 맛보기 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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