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안 자르면, 자퇴시키겠다'고 협박도 했어요"

인천 부평 A고교 두발규제 논란... 일부 학생들 4교시까지 수업 못 받아

등록 2011.03.03 18:12수정 2011.03.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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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오전 7시 30분께 두발검사에 걸려 교문 밖으로 쫓겨난 부평 A고교 학생들 모습. ⓒ 익명 제보자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두발규제를 폐지하는 가운데, 인천 부평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두발규제를 따르지 않은 학생들을 교문 밖으로 쫓아내고 4교시까지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제보로 3일 오전 10시 30분께 부평의 A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두발규제에 걸려 교문 밖으로 쫓겨나 학교 인근을 서성이는 수십 명의 남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에서 등교시간인 오전 7시 30분부터 학생부장 교사가 두발규제를 하고 규정을 어긴 학생들은 10시 30분까지 머리카락을 자르고 오라며 교문 밖으로 쫓아냈다"며 "오전 7시 30분에 문을 연 미용실이 어디 있다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겨우 미용실을 찾아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왔는데, 길다며 다시 쫓아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선생님이 '10시 30분까지 안 자르고 오면 무단결근 처리하고 20명을 자퇴시키겠다'고 협박도 했다"며 "교칙에 두발규제를 어기면 벌점을 준다는 조항이 있으니 벌점을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수업을 듣겠다고 하는 학생을 이렇게 계속 쫓아내는 것은 학교를 다니지 말라는 것 아니냐, 차라리 자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두발규제를 한다는 것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지만, 머리를 안 자르고 왔다고 수업을 못 듣게 하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부장 "교칙 안 지킨 학생들이 문제 아니냐"

이에 대해 A고교 학생부장 교사는 "2월 22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두발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했고 3월 2일에도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일찍 보내줬다"며 "이렇게까지 학교에서 배려를 했는데 안 지킨 학생들이 문제 아니냐, 그 학생들을 그냥 놔두면 머리카락을 잘 자르고 온 학생들하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칙에 앞머리는 눈썹이 안 닿고, 옆머리는 귀가 보이고,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게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벌점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 돼서 이렇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학교는 이날 두발 규제로 150명의 학생을 교문 밖으로 쫓아냈으며 일부 학생들은 4교시까지 수업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두발규제는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수업을 결손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두발규제 #삼산고 #인천 #부평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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