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나가는데... 가장 느긋한 곳은 국회"

야당 환노위 의원들 '쌍용차·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 요청...여당은 논의 중

등록 2011.03.04 14:16수정 2011.03.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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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다 경위들의 제지를 받자 주저앉고 있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다 경위들의 제지를 받자 주저앉고 있다.남소연

"내 몸에서 향내가 떠나질 않는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플래카드를 몸에 두른 이의 절규다.

한진중공업 조합원과 쌍용차 조합원 십여 명은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플래카드에 '해고는 살인이다, 노사 대화로 죽음을 막자,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절절한 외침이 적혀 있었다. 

조합원들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가장 느긋한 곳이 국회"라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해야 한다, 환노위가 열린다니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보겠지만 진전이 없으면 (무슨 일을 할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소리 높였다.

이들의 짧은 외침은 국회 경위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쌍용차 출신' 딱지...결국 '사회적 타살'"이라는 제목과 함께 죽을 사(死)자가 크게 적힌 <경향신문>을 플래카드 대신 손에 쥐었다.

야당, 쌍용차·한진중·현대차·전북버스에 대한 청문회 제안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벌이자 민주당 정동영, 이미경 의원등이 지켜보고 있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벌이자 민주당 정동영, 이미경 의원등이 지켜보고 있다.남소연

환노위 소속 이미경·정동영·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전북버스파업 등의 사업장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홍 의원은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의 잇단 사망, 제2의 쌍용차 사태까지 예견되는 한진중공업의 대량 정리해고, 현대차 불법파견, 전북버스파업 사태는 이미 노사 자율 해결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듣고 해결방향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오는 10일과 11일에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또한,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와 조남호 한진그룹 회장, 이유인·박영태 쌍용자동차 공동관리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억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 황의종 전북버스 대표이사와 김택수 호남고속 대표이사를 청문회 사측 참석 대상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 밖에서 이뤄졌던 피켓시위를 이유로 들며 "정회를 요청한다"는 말만 남기고 퇴장해버렸다.

홍영표 의원은 "조용하게 회의를 지켜봐 달라는 요청에 조합원들은 현재 피켓 시위를 안 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정회를 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항의했다. 이미경 의원도 "국회가 오랜만에 열렸는데 일방적으로 정회를 요청한다며 퇴장하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역할을 제대로 하자는 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결국 여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하지 않은 채 고용노동부 업무보고가 이뤄진 후 환노위 전체회의는 정회했다.

여당에서도 문제 해결 목소리... 김형오 "정부 차원 조사 나서야"

이처럼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사문제 해결에 있어서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도 최근 빚어지고 있는 노사분규 상황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은 3일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한진중공업이 구조조정의 이유로 내세우는 물량 미확보, 영도조선소의 시설 경쟁력 저하의 주된 원인은 경영 부실이고 그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며 "그런데도 사주와 경영진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근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노사 합의의 기회는 이제 놓친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검찰이 직접 나서서 한진중공업의 진실을 밝힐 때이며, 만약 정부 차원의 조사가 미진하다면 그때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노사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현재 당 지도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는 오후 2시 전체회의를 다시 속개해 청문회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피케팅을 벌이다 경위의 제지를 받고 있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피케팅을 벌이다 경위의 제지를 받고 있다.남소연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청문회 #환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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