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농민단체 "MB 악법"

농협, 중앙회 아래 지주회사 거느리게 돼..."농업을 투기자본 대상으로" 비판

등록 2011.03.04 15:52수정 2011.03.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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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를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개정안은 오는 9일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지만 농민단체들은 "농업 자본을 투기자본화하려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농협중앙회는 신용(금융)과 경제(농축산물 유통, 판매)를 담당하는 2개의 지주회사를 중앙회 아래 두게 된다. 1 중앙회, 2 지주회사 체제로 조직이 개편되는 것이다.

 

농협, 200조 초대형 금융회사로 탈바꿈

 

금융지주회사는 자산 2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금융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국민(275조원), 우리(247조원), 신한(238조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지주회사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과 NH보험, NH투자증권 등의 기존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NH카드도 별도로 설립돼 지주회사로 편입된다.

 

경제지주회사는 독립된 자본과 조직을 기반으로 판매유통 등 농민이 원하는 경제사업에 투자와 지원을 확대한다. 우선 농협에 원예양곡축산 판매본부가 설치돼 직접 유통을 관장하게 되는 것이다. 농협이 농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판로를 직접 맡으면 농민 부담이 줄어드는 한편 판매 단계 축소로 인한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은 이러한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중앙회의 자체 자본금 12조 원 중 30%를 경제 사업에 무조건 배분하고 추후 필요한 자본도 우선 확충하도록 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농식품위 전체회의에서 "경제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본금 확보가 중요한데 농협 자본의 30% 이상을 경제사업에 배분해 독자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부족한 재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우선으로 지원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낸 것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농협 대부업자 만드나"... 농민단체는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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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회의실 앞에서 농협 및 농민단체 회원들이 농협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회의실 앞에서 농협 및 농민단체 회원들이 농협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농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개악안"이라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협노조를 중심으로 한 '농협법 개악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날 농식품위 전체회의에 앞서 최인기 농식품위 위원장(민주당)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달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이번 개정안은 돈놀이에 혈안이 된 농협을 아예 대부업자로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농업 자본을 투기자본화하려는 대표적인 'MB 악법' 중 하나"라며 "진정한 농협 개혁과는 거리가 먼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또 이번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에 대해 민주당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농협법 개정안의 3월 내 처리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고 한나라당과 함께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MB 악법을 막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나라당과 한통속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2011.03.04 15:52 ⓒ 2011 OhmyNews
#농협법 #농수산식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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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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