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진짜 출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평] 이시현 작가의 영혼 치유서 <법정기행>, 법정 스님 궤적 순례

등록 2011.03.05 12:05수정 2011.03.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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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기행 밥정 스님의 궤적을 따라간 쓴 영혼치유 기행서인 <법정기행> ⓒ 김철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스님 입적 1주기를 맞아 그의 궤적을 찾아 쓴 마음 치유 기행서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최근 이시현 작가가 펴낸 <법정기행>(마더북스, 2011년 2월)은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발자취인 생가, 서울 종로 대각사와 선학원, 통영 미래사, 지리산 쌍계사, 영산 통도사, 가야산 해인사, 봉은사 다래헌, 송광사 불일암, 성북동 길상사, 강원도 수류산방 오두막 등의 순례를 통해 무소유의 삶을 재조명한다.


특이 저자는 법정 순례를 통해 치열한 삶 속에서 상처 입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내면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간다. 무소유의 삶이 스며든 것이라고 할까.

저자의 첫 기행은 법정스님이 태어난 전남 해남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 마을, 고즈넉한 갯마을 문내면 선두리 431번지에서 1932년 10월 8일 스님이 태어났다. 속명 박재철. 출가 전 20년을 살았던 곳이다. 출생시기로 보아 스님은 일제 식민지, 6.25전쟁 등 고난의 근현대사를 직접 경험한 분이었다.

"스님은(속명 박재철)은 피 끊은 청춘 시기에 한 핏줄끼리 죽고 죽이는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생과 사,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앞에 놓고서 깊이 고민한다. 청년 박재철은 결국 1954년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출가를 결심한다. 친구들이 뜯어말렸지만 박재철은 그해 겨울 보따리 하나를 싸들고 고향 집을 떠났다." -책 '후회 없는 삶, 선두리'중에서-

진정 법정 스님의 출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다른 스님들처럼 세상의 무상함, 불교진리 매혹, 중생을 구하기 위해 등이 아니었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나 답게 살기위해, 내 식대로 살기 위해' 집을 떠났다고.

저자는 1954년 강원도 오대산으로 출가를 위해 처음 들린 절인 서울 종로구 대각사, 효봉 선사를 만나 출가한 선학원, 그를 따라 행자생활을 했던 통영 미래사, 효봉 선사를 모시고 안거 수행 정진했던 쌍계사 탑전 등을 순례하면서 생전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가치에 흠뻑 젖는다.


철두철미하게 계행을 지킨 효봉 스님. 그를 모시며 정진에 매진했던 쌍계사 탑전에서의 은사 효봉 스님과의 일화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효봉 스님이 아침 공양을 마치자 법전 스님은 설거지를 하고 탑전에 돌아왔다. 그런데 스승 효봉 스님이 법정 스님에게 빈 그릇과 젓가락을 가지고 우물가로 오라고 했다. 그것을 들고 우물가로 급히 갔다. 효봉 스님은 젓가락을 들고서 스님이 설거지를 하다가 수채 구멍에 흘린 밥알과 시래기를 일일이 주워 빈 그릇에 담아 넣었다. 물에 씻지도 않고 효봉 스님은 그걸 그대로 입에 넣고 삼켰다. 계행을 어기지 않은 은사의 가르침에 깊이 빠져 참회할 수밖에 없었다." -책 '절간은 가난해야 한다' 중에서-


그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웠던, 그리고 잊을 수 없었던 소울메이트 수연 스님과의 인연 그리고 영원한 헤어짐(죽음)을 두고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라고 말한 법정 스님. 먼저 입적한 '그리움과 잊을 수 없는 사람' 수연 스님을 만나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수행정진을 함께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저자는 법정 스님의 순례 길을 답사하면서도 닫혀 있는 마음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친다. 법정 스님이 밝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고 삶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본이 아니게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열린 마음으로 돌아선다.

"나를 잡고 있는 나, 그것을 인식하고 나를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원하는 곳으로, 그래야 나를 찾을 수 있다. 그 순간, 나를 가둔 아무 것도 없어졌다." -책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중에서-

스님이 입적하고 다비식을 한 송광사 불일암, 빽빽한 대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불일암에 가면 1967년부터 냄비와 세숫대야, 작은 텃밭 등이 스님의 검소한 삶을 새삼 느끼게 한다고.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 무소유 중에서-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는 <무소유>라는 책이 한몫 작용했다. 고급요정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김자야)이 <무소유>를 읽고 감명 받아 대원각을 사찰 시주로 내놓은 것이다. 김자야는 백석 시인과 운명적인 사랑을 한 여인이다.

"법정 스님은 여러 차례 시주를 거절했다. 그러나 마침내 김영한의 청을 받아들이고 95년 6월 13일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처음 이름을 정했다. 97년 길상사 창건법회 날 법정 스님은 시주 김영한에게 백팔염주 하나와 길상화라는 법명을 주었다. 절 이름도 '맑고 향기로운 근본도량 길상사'로 바꾸었다." -책 '시주 김영한과 백석 시인의 사랑' 중에서-

최근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이 전격사임하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이사진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이 때, 지난 2월 28일 길상사 극락전에서 법정스님 1주년 추모 법회가 열렸다. 지난해 3월 11일 입적했지만 불교식 전통에 따라 입적한 날의 음력일(1월 26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무소유의 삶을 강조한 법전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에서의 불협화음이 아쉽기만 한 대목이다.

법정 스님 입적 1주기를 맞아 출판한 이시현 작가의 <법정 기행>을 통해 스트레스에 얽매인 현대인들의 삶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 이시현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한때 생활이 궁핍해 동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로 돈을 번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소설형식의 자기계발서 <프라다 가방을 든 노숙자>(위즈덤하우스, 2009)의 저자다. 이번 출판한 <법정기행>은 영혼을 위한 마음치유 기행서이다. 그는 현재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시현 #법정기행 #마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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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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