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
최지혜
우리나라의 떡볶이, 오뎅,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상. 한 나라의 노점상은 그 나라의 진짜배기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중국에도 물론 노점상들이 있다. 어스름한 불빛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이끈다. 한국이라면 바로 다가가 오뎅 국물에 추운 몸을 녹였을 나지만 타국에서는 선뜻 용기내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일행도 먹고 싶다는 말만 하고 주춤거린다.
"음식의 정체가 뭔지 몰라서 못 먹겠어요."
중국에 대해 너무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옆에 누군가가 용기를 내줬다면 못이기는 척 따라갔을텐데 아쉽게도 다들 사진만 찍어댈 뿐이다.
거리 산책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중국여행 첫날밤의 마지막은 이번 여행의 핵심 구성원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술자리. 방이 좁아 2개의 침대를 세우고 20명이 모두 둘러 앉았다. 출국 전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들과 호텔 앞 구멍가게에서 구입한 향신료 냄새 가득한 안주들이 함께다. 젊은 피들이 섞여 있어 술자리가 시끌시끌하다. 얼마만의 시끌벅적함인지 모르겠다.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하루를 보내고 술잔을 기울이니 조금은 어색함이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한참 중국 과자를 탐닉하고 있는데 "과자에서 암내가 나"라는 한마디로 모두의 시선과 후각을 그 과자에 집중시킨 '미스티러브'님의 일화는 정말 기억에 남는다. 뒤늦게 합류하는 일행들을 속이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은 한없이 천진난만해보였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마다하지 않고 너무 잘 먹던 한나님은 얼굴만큼 식성도 예쁘다.
한참 술자리를 즐기고 있는데 룸서비스로 주문한 얼음이 다 떨어졌다. 일행들이 돌아가며 프론트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어설픈 중국어는 알아듣지 못하고, 아주 쉬운 'ICE'라는 단어조차 모른다. 중국어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한번만 다시 전화해보라는 성화에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我需要氷(워수이야오빙)"
"노우(NO)!"
중국어로 물었건만, 내내 알아듣지도 못하던 영어로 대답하는 건 뭐람? "沒有(메이요)?"라고 다시 확인 후 없다는 대답을 듣고서 다시 끊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방으로 얼음이 배달되었다. 어쨌든 난 해낸 거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조용히 빠져나왔다. 다음날 6시 기상의 압박이 날 계속 괴롭혔기 때문이다. 유독 숙취가 심한 나를 알기에 내일을 위해 과감하게 유혹을 뿌리쳐야 했다. 보드카 몇 잔에 알딸딸하게 오른 취기를 달래며 곯아떨어졌다. 중국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끝.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140125310859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