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초콜릿'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아바즈의 광고. '초콜릿의 달콤함을 유지하라'는 문구와 함께 네슬레 CEO인 폴 벌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의 약 40%를 생산한다.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는 그것이 초콜릿으로 가공됐을 때 선사하는 달콤함과는 상관없이 노예 노동, 아동 인신매매 및 강제 노동과 관련돼 줄곧 논란이 되어 왔다.
2005년 국제노동권리기금(International Labor Rights Fund)과 글로발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네슬레, 아처 다니엘스 미드랜드, 카길사 등 코코아 거래 회사들을 기소했다. 이 단체들은 14세에 잡혀가 고문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일해야 했던 세 명의 코트디부아르 원고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아바즈(AVAAZ)는 지난 1월 코트디부아르 코코아를 구매해 사용하는 주요 초콜릿 회사들을 상대로 그바그보 정권과의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평화에 기여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전 세계에서 2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진행한 이 캠페인에서 아바즈는 네슬레, 카길, 허쉬 등을 직접 지목했고 카길 등 6개 회사들은 '분쟁 초콜릿'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 27일 아바즈는 파이낸셜 타임즈(Finantial Times) 1면에 네슬레 등 초콜릿 회사들을 겨냥한 광고를 재개했다. 아바즈는 성명을 통해 주요 초콜릿 회사들의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사용이 학살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분쟁 초콜릿은 살육 자금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초콜릿 애호가들은 초콜릿 회사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코트디부아르 정권만을 상대하길 원한다."
그러나 다보스 경제포럼에 참석한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 회장은 로이터(Reuters)와 한 인터뷰에서 네슬레는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수출과 상관없다며 보이코트 캠페인이 아프리카 농부들에게는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때로 이런 보이코트 캠페인은 본래의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수십만 명의 소규모 농장주들을 더 한 가난으로 몰아넣는데 기여한다.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즐겁자고 먹는 초콜릿이 누군가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국제분쟁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코트디부아르에서 몇 달 안에 내전이 재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도 그바그보의 폭정이 계속되면 내전으로 상황이 변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내전이 일어나면 양측의 대결은 결국 와타라와 그바그보가 이끌게 될 것이고 코코아 수출에서 나오는 수입원이 이들의 무력 충돌에 가장 주요한 재원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적 불안 상황을 지켜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주요 외신들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바그보의 후안무치한 행동과 그를 퇴진시킬 마땅한 대책이 없는 답답한 현실을 보도하고 있다. 경제전문지들은 현재의 코코아 거래 축소와 금수조치가 계속될 경우 초콜릿 등 코코아를 원료로 하는 기호식품 가격의 불가피한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 시민단체들은 '피의 다이아몬드'처럼 코코아가 주요 재원이 돼 학살의 지속과 내전 재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초콜릿은 기호식품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초콜릿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 초콜릿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는 소비자도 자신이 산 초콜릿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코코아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초콜릿 소비가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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