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유채밭 풍경...'보려거든 돈 내시오'

[중국여행기5] 루오핑 유채밭

등록 2011.03.14 11:07수정 2011.03.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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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현지인의 모습이 유채꽃과 잘 어울린다.

소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현지인의 모습이 유채꽃과 잘 어울린다. ⓒ 조정숙


여행 4일째 윈난성 하니족이 살고 있는 원양제전에서 유채꽃이 만발한 루오핑으로 가는 길은 7~8시간이 소요된다. 다랭이논의 환상적인 운해를 뒤로하고 유채꽃이 만발하였다는 루오핑으로 향한다. 루오핑까지 가는 길은 특별한 풍경이 없기에 생리적인 현상 외에는 논스톱으로 고고싱~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찍기 위해 늘 전투태세였던 상황과는 달리 일행들 마음이 여유롭다. 일행들은 강행군에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잠을 자거나 노트북으로 사진을 정리하거나 다운 받아온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잠을 청하고 싶지만 구불텅한 도로를 달리다보니 머리를 기댄 좌석이 무지막지하게 흔들려 깊은 잠을 잘 수도 없다. 포기하고 들판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 하더니 결국은 멈춰서고 말았다. 도로상황이 좋지 않은 이곳에서는 으레 있는 일이거니 했지만 정지한 차는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동을 끈 채 커다란 트럭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운전자들은 차에서 내려 물 담배를 피우거나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a  루오핑 가는길, 시동을 끈 채 멈춰선 차량. 3시간여 동안 도로공사 중이어서 도로에서 기다려야 했다.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루오핑 가는길, 시동을 끈 채 멈춰선 차량. 3시간여 동안 도로공사 중이어서 도로에서 기다려야 했다.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 조정숙


30도를 육박하는 더위에 차에서 기다릴 수 없어 모두 내렸다. 주위 풍경을 살펴보니 황토 흙을 높이 쌓아놓고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주변 풍경을 스케치하며 시간을 때우지만 시간이 흘러도 차는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루오핑 유채밭의 일몰을 담기 위해 시간을 맞춰 출발했건만 움직이지 않는 차를 보니 슬슬 걱정이 된다.

우리를 안내하던 대장은 급기야 차에서 내려 이유를 알기 위해 걸어서 가보지만 끝없이 멈춰 서있는 차량 행렬을 보며 속수무책이다. 무려 2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도로공사중인데 앞으로 30분을 더 기다려 보수한 곳이 굳어야 지나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려 3시간을 도로에 가두어 둔 것이다.

우리가 다닌 지역은 대부분 도로가 편도 1차선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비일비재 하는지 이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루오핑의 일몰을 기대했던 일행은 도로 한복판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숙소는 금계산 아래에 있는 마을에 정했는데 우리나라 민박 같은 곳이다. 유채밭 일출을 찍으려면 마을에서 20~30여 분 가파른 산길을 걸어올라 금계산 전망대나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광활한 유채밭 사이로 군데군데 볼록볼록 솟아있는 산과 노란 유채꽃 사이로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안개와 유채꽃을 작품으로 담아야 하기에 시간 절약을 위해서 근처에 숙소를 정하게 된 것이다.


a  꿀을 따느라 벌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꿀을 따는 사람

꿀을 따느라 벌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꿀을 따는 사람 ⓒ 조정숙


드디어 고대했던 루오핑의 유채밭 일출을 담는다는 기대감으로 이른 새벽 모두 금계산을 오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아직 어둑어둑한데  밖에는 이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짐을 옮겨주기 위해 기다리는 포터들이다. 가이드가 이들과 가격을 협상하고 일행은 금계산으로 이동한다.

정상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운무가 가득 찼다. 하늘은 맑고 유채꽃이 피어 있는 산 아래에는 잔잔하게 안개가 있어야 하는데 유채밭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해가 뜨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해도 보이질 않는다. 실망과 낙담하는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연무가 걷히면 오후에 다시 오르기로 하고 하산한다.


a  광활한 대지 위에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골뱅이유채밭이 환상적이다.

광활한 대지 위에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골뱅이유채밭이 환상적이다. ⓒ 조정숙


a  골뱅이유채밭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하며 입장료를 받고 있는 여인이 자수를 놓고 있다. 입장료는 1위안이다. 우리 돈 180원정도

골뱅이유채밭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하며 입장료를 받고 있는 여인이 자수를 놓고 있다. 입장료는 1위안이다. 우리 돈 180원정도 ⓒ 조정숙


a  하트모양을 한 골뱅이유채밭

하트모양을 한 골뱅이유채밭 ⓒ 조정숙


아침을 먹고 골뱅이유채밭으로 이동한다. 유채밭 모양이 골뱅이처럼 생겨 붙은 이름 같다. 이동 중 가이드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는데 유채를 심어 꽃이 피면 꿀을 따고 씨앗으로는 유채 기름을 짜는데 유채 기름이 비싸기 때문에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유채기름 대신 명절에 집집마다 돼지를 잡는데 고기는 건조해서 보관하고 돼지기름을 모아 두었다가 음식을 할 때 쓴다고 한다.

정월대보름 이후 피기 시작하는 유채꽃은 보름동안 만개하는데 이 때는 눈이 부실 정도로 온 세상이 노란 물결을 이룬다. 골뱅이 유채밭을 바라다 보이는 포인트라는 곳에 한 여인이 자수를 놓으면서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가격은 1위안(우리 돈으로 180원정도)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 있는데 이 땅 주인인가보다.

a  금계산에서 바라본 루오핑 유채밭,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금계산에서 바라본 루오핑 유채밭,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 조정숙


a  군데군데 솟아 있는 산들이 어우러져 더 더욱 아름답다.

군데군데 솟아 있는 산들이 어우러져 더 더욱 아름답다. ⓒ 조정숙


노랗게 깔린 푹신한 융단 위에 잠들고 싶어라

골뱅이 유채밭의 촬영을 마친 일행은 어제와 오늘 찍지 못한 루오핑 유채밭으로 다시 이동하여 일몰시간이 되기까지 유채꽃이 만발한 들판을 걸어보기로 했다. 신혼여행 온 젊은 부부가 유채꽃을 보며 포즈를 취한다. 상큼하고 풋풋하여 유채꽃과 잘 어울린다. 군데군데 꿀을 따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꿀을 지키려는 벌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통 복장을 한 현지인이 소가 끄는 우차를 타고 유채밭을 지나가는데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에서는 우차를 타고 있는 사람을 카메라로 찍으면 돈을 달라고 하니 아무 때나 사진을 찍지 말라고 가이드가 당부했다. 그래서 이 현지인에게 얼마간의 수고료를 주고 연출을 하도록 부탁했다. 보너스로 노래까지 불러준다. 유채꽃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a  신혼여행을 왔다는 풋풋하고 예쁜 젊은 부부가 유채꽃과 잘 어울린다.

신혼여행을 왔다는 풋풋하고 예쁜 젊은 부부가 유채꽃과 잘 어울린다. ⓒ 조정숙


a  루오핑에 있는  유채밭 사이로 우마차가 지나가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루오핑에 있는 유채밭 사이로 우마차가 지나가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 조정숙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자 일행은 금계산으로 다시 올라간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가파른 길을 아침에 올랐던 이 길을 또 다시 올라간다. 물론 가방은 포터들이 메고 올라가지만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체력이 바닥나서 맨몸으로 올라가지만 그리 쉽지가 않았다. .

와우! 광활한 벌판, 아침에 보여 주지 않았던 루오핑 유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넓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방대한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시야를 온통 노랗게 잠기게 했다.

팍팍한 일정 때문에 힘들어 문득문득 편안하게 안주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 위한 서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니 고되고 힘들었던 지난날의 스트레스가 한방에 모두 날아간다. 노랗게 덮인 포근한 융단 위에서 힘들었던 나의 육신을 눕히고 잠들고 싶은 충동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인간의 능력과 자연이 어우러져 환상의 파노라마를 엮어가는 중국 대륙, 그동안 16인의 전사들과 함께한 5박6일 여행은 나에게 커다란 아우라가 되어 평생 남을 것이다. 물신양면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안내를 맡았던 손상철 대장과 현지 가이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루오핑유채꽃 #골뱅이유채밭 #우차 #금계산 #중국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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