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TV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14일 오전 11시 8분 수소폭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NHK-TV
대지진과 쓰나미를 맞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는 '핵 숭배주의'에 익숙한 인류 사회에 어떤 교훈을 던져줄까?
대부분 원전 선진국들은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며 기존의 원전 확대 정책을 계속할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원전 1류 선진국으로 불려온 일본에서의 사고는 핵 에너지에 대한 전면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틈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원자력이 후쿠시마 사고를 거치면서 '핵과 인류의 미래가 양립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핵의 평화적 이용은 불가피"라고 주장했지만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핵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평화운동가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비핵지대, 그리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원하고 있고, 또 이를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해왔다. 그러나 '핵의 평화적 이용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여겨왔고, 북핵 문제 해법으로도 북한에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참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인류사회가 발전시켜온 과학기술이 대개 그렇듯 원자력도 '무기'에서 출발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핵무기를 손에 넣은 미국은 원자력을 '기적의 힘'이라고 부르면서 원전 건설로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했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도 원자력을 일컬어 "세계 번영의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극찬했다.
원자력이 핵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막는다면, 그래서 자신들의 핵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력 생산용으로 전환한다면 인류사회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갖게 되고 이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돈방석'에 앉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이처럼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열망'과 핵무기라는 인류 절멸의 무기가 가져온 '공포'는 급기야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이라는 구상을 낳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12월 8일 유엔 총회에서 "인간의 경의적인 발명품이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열정과 정성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공포의 무기' 핵은 '기적의 에너지'라는 또 하나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
죽음과 생명의 경계 허물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