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보도한 '장자연 편지'를 16일 국과수가 '가짜'라며 감정결과를 발표하자 SBS는 8시 뉴스를 통해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수용하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SBS화면
지난 3월 6일. 고 장자연의 2주기를 하루 앞둔 날. SBS <8 뉴스>는 이른바 '장자연 편지'를 특종 보도했다. 결과는 기자가 예측한 대로 위작으로 판명이 났다. 기자가 이번 SBS 보도와 관련해 말을 아낀 이유는 단 하나다. 한눈에 보아도 전씨의 위작 편지가 가짜임을 알았고, 그 가짜로 인한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데 동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이나 경찰의 발표에는 들어있지 않으나 전씨의 것이 위작편지임을 보여주는 핵심 단서는 일찌감치 발견됐다. 이른바 2009년 장자연씨 사망 당시 언론의 시선을 사로잡은, 기획사 사무실의 3층 VIP룸에 관한 것이다.
2008년 7월에 장자연씨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전씨의 위작 편지에는 "3층 밀실이 공사중인데, 그곳 완성되면 더 많이 불려갈 것 같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2007년 11월에 건물이 완성되면서 함께 공사가 끝난 곳이다. 또한 2008년 2월과 6월에 소속사 대표와 관료 출신 경제인 그리고 장자연씨가 그곳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와인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그런 곳을 장자연씨가 "공사중"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의 "편지는 조작" 발표가 있던 날 SBS는 <8 뉴스>의 앵커멘트와 취재기자의 리포트를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론을 수용하며 나름대로 확인과정을 거쳐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SBS가 의뢰한 필적 감정에는 큰 허점이 있었다. SBS가 필적감정을 의뢰한 국제법의학감정연구소 이희일 소장은 "필적감정서에 필적감정을 한 문건은 사본이었고, 변형될 소지가 있어 '원본확인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SBS가 최초 보도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의심보다는 확신 쪽에 무게를 둔 채 최종 확인된 것처럼 보도한 것은 큰 실수다.
전씨의 위작편지가 가능했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