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웃긴다.
2005년 7월 이상호 MBC 기자가 보도한 '삼성 X파일"에 담긴, 거대 재벌 기업 삼성그룹의 2인자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거대 족벌신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97년 12월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하는 논의가 공공의 이익과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이런 황당한 이유로 이상호 기자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을 통해 입수한 대화 내용은 공공의 이익과 정당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정당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심성 X파일' 보도는 "공중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우처럼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도 시점으로부터) 이미 8년 전의 일로 공적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5명의 재판관을 뺀 민일영 대법관을 비롯한 나머지 판사들은 '공공의 이익'과 '공적 관심'을 조롱했다. 이들은 거대 재벌 기업과 거대 족벌신문의 '자본-언론 유착', 정치권력과의 유착 기도, 검찰 수뇌부는 물론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떡값을 받아온 의혹 등은 공공의 이익이나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때 일어난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시민들의 관심은 깡그리 무시했다.
이들 재판관들을 보며 우리는 초국적 석유업체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여전히 지금도 로비스트를 앞세워 '지구 온난화는 온실가스 때문이 아니다'고 강변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딴죽을 걸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과 이들 재판관은 다를 게 전혀 없다.
이번 판결에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어울리지 않는다. '공익'을 조롱한 치명적인 독약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똑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이 보도할 것이라는 이상호 기자의 말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역시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공익을 비웃는 기도에 대해서는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저항을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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