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ISIS
세계가 경악했다. TV 화면을 통해서 접한 화면은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도 7, 진도 8, 진도 9가 어느 정도의 느낌인지 접해보진 못했지만, 쓰나미가 몰고 온 파도의 높이가 10m를 넘는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쓸려가고 죽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TV와 모든 언론들은 일주일이 넘게 톱뉴스를 관련 뉴스로 채우고 있고, 국민들도 엄청난 재앙 앞에서 새로운 소식에 귀를 열어 놓고 있다. 강도 9도의 지진. 쓰나미가 만들어낸 15m가 넘었다는 파도, 그리고 여의도의 48배에 이른다는 피해지역과 집계조차 되지 않은 수많은 재산상의 피해. 2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실종자, 그 몇 배가 넘을 이재민들.
자연의 힘은 무서웠다. 천재(天災), 하늘이 만들어 낸 대재앙 앞에서 일본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고 한다.
천재(天災)와 인재(人災) 사이지진과 쓰나미는 한순간 피해지역과 일본의 심장부라는 도쿄까지도 암흑 세계로 만들어 버렸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멈춰버린 것이다. 단지 멈춰 버린 것이 아니라 원전 1, 2, 3, 4호기가 폭발하고 나머지 2개(5, 6호기)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일본 열도는 일주일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방사선 수치가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고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세슘이 검출되면서 원전 폭발은 일본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이런 극한 위기는 후쿠시마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자사이기주의와 일본 정부의 늦장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높다.
일례로 1호기의 폭발이 있은 직후 도쿄전력은 미국의 기술 지원과 바닷물 투입 권고를 무시했으며, 일본 총리는 TV를 통해서 원전이 폭발했음을 알았다고 한다. 후쿠시마원전 방사선 누출 사태가 오롯한 천재라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진과 쓰나미가 '천재'라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인재(人災)'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위기 앞에서 차분함을 보인 일본인들에게 세계 언론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부모가 죽고 자식이 실종되는 혼란 속에서 이해하기 힘든 얼굴 표정과 감정 자제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원인을 분석하는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은둔적인 민족성'에 기인한다고 말하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후천적 교육의 효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극단적 애국주의의 발로'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일부 언론들은 이런 일본의 국민성이야 말로 종전 이후 짧은 기간 동안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힘이었으며 따라 배워야 할 일등 국민의 덕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 참 불편한 논리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대자연의 천재지변에 국가의 통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고 돕고 인내하는 것은 어떤 국민이든, 어떤 민족이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민족성 국민성 운운하기 전에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위기 대처능력을 먼저 봐야하지 않을까?
거듭되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본은 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라고 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지진이나 자연재해에도 국민들은 정부의 대응능력과 정보의 의지하여 믿고 따라왔다. 이번 지진이나 쓰나미 대참사에도 일본 국민들이 그토록 차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선진국형 국민성이라고?...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