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화단이 재떨이인가 봐요?

거대한 재떨이가 돼버린 국도변 휴게소 화단... 낯뜨겁다

등록 2011.03.22 10:25수정 2011.03.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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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 23번 국도변 휴게소 화단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커피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 23번 국도변 휴게소 화단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커피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 ⓒ 하주성

▲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 23번 국도변 휴게소 화단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커피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 ⓒ 하주성

 

3월 19일 토요일, 1박 2일로 답사를 떠났다. 답사를 떠나는 날이면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또 어떤 문화재를 만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에서다. 이날은 경기도 화성으로 일정을 잡았다. 화성의 고가와 함께 용주사, 그리고 두 곳의 산성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전주를 출발해 논산을 거쳐, 공주, 천안으로 가는 국도에 들어섰다.

 

짙은 황사가 눈앞을 뿌옇게 가리는 날이었지만, 마음 편하게 답사를 하기로 했다. 23번 국도를 이용해 공주 정안을 지나면, 조금 더 가서 휴게소가 나온다. 천안과 경계인 차령터널을 들어가기 전에 잠시 휴게소에 들러,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할 생각으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빼서 마시면서 보니,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a 화단 나무가 심겨진 주변에도 온통 꽁초와 막대, 그리고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화단 나무가 심겨진 주변에도 온통 꽁초와 막대, 그리고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 하주성

▲ 화단 나무가 심겨진 주변에도 온통 꽁초와 막대, 그리고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 하주성

a 또 다른 화단 이곳도 역시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들이 즐비하다

또 다른 화단 이곳도 역시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들이 즐비하다 ⓒ 하주성

▲ 또 다른 화단 이곳도 역시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들이 즐비하다 ⓒ 하주성

 

화단을 차지해버린 '꽁초'와 '플라스틱 막대'

 

커피 자판기 앞 화단에 허옇게 무엇인가가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무엇인가 했더니 모두가 담배꽁초와 커피를 휘저을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막대다. 그것도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사이에 둔 양쪽 화단 모두 그랬다. 휴게소 건물 앞 화단이 무슨 거대한 재떨이라도 된 듯하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 앞에서 커피를 마시자니, 내가 버린 것도 아닌데 괜히 낯이 뜨거워진다. 어째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버려놓았을까? 도대체 누가 이렇게 버려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겨울동안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것들이, 눈이 녹아 보이는 것이나 아닌지. 그래도 이건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저 조금만 더 몸을 움직이면 앞에 놓인 재떨이에 담을 수가 있을 텐데. 그냥 이렇게 집어던져 놓았을까? 몇 군데 놓여 있는 재떨이가 무색할 정도다. 아무리 편하게 세상을 산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꽁초와 막대를 버릴 수가 있을까? 납득이 되질 않는다. 휴게소에는 항상 차들이 드나들고 사람들이 보고 있을 텐데, 꽁초와 커피를 젓는 막대기가 이렇게 쌓여있다니.

 

a 화단 화단 전체가 버려진 꽁초들로 덮혀있다

화단 화단 전체가 버려진 꽁초들로 덮혀있다 ⓒ 하주성

▲ 화단 화단 전체가 버려진 꽁초들로 덮혀있다 ⓒ 하주성

 

'엄마! 화단이 재떨이인가 봐요?'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보이지 않는 곳은 이보다 더 심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이렇게 꽁초들을 함부로 버리는데. 다니면서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다. 산사에 올라가 먹고 남은 팩 음료 껍질이며, 각종 비닐봉투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돌담 사이에 쑤셔 박고 가는 사람들. 심지어는 길가 바위틈에 쓰레기 담은 비닐봉지를 숨겨놓기도 한다.

 

지난해인가 남원의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지리산 둘레 길을 돌다가, 한 마을 주민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둘레 길을 도는 것은 좋은데 제발 먹고 남은 쓰레기들은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오는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주말과 휴일이 끝나고 나면 쌓이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것이다.

 

a 재떨이 화단가에는 몇 개의 재떨이가 놓여있다. 그러나 거의 비어있다

재떨이 화단가에는 몇 개의 재떨이가 놓여있다. 그러나 거의 비어있다 ⓒ 하주성

▲ 재떨이 화단가에는 몇 개의 재떨이가 놓여있다. 그러나 거의 비어있다 ⓒ 하주성

 

나도 사람들에게 과일 먹고 남은 것은 숲에 버리고 가라고 한다. 산짐승이나 들고양이들이 먹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것도 잘 싸서 갖고 내려가면 좋겠지만, 과일껍질 등은 버린다고 해도 당장 보기에만 안 좋을 뿐 바로 썩어버린다. 하지만 담배꽁초나 플라스틱 막대는 그렇게 쉽게 썩지 않는다.

 

사람들이 생활과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곳을 여행한다. 그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참으로 낯 뜨거운 광경에 얼른 자리를 뜨고 말았다. 어린 아이 하나가 버려진 꽁초와 쓰레기를 손가락질을 하면서, 동행을 한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엄마! 화단이 재떨이인가 봐요?"

2011.03.22 10:25ⓒ 2011 OhmyNews
#재떨이 #화단 #국도변 휴게소 #담배꽁초 #플라스틱 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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