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카다피 겨냥 말라, 그는 우리가 잡을 것"

리비아 저항세력은 누구인가?... 3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중심

등록 2011.03.22 18:27수정 2011.03.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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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각) 리비아 동부 벵가지 교외에서 전투기 한 대가 격추당했다. 전투기가 폭발해 화염에 휩싸이면서 인근 지역을 굉음으로 뒤덮었다. 누가 타고 있는 전투기가 누구의 공격을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AP=연합뉴스


"저항세력 지도부는 다국적군이 카다피를 겨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저항세력의 일이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벵가지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리비아 저항세력의 언론 담당자인 모하메드 파누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저항세력이 카다피 추종자들의 명단을 확보해 놓고 있으며 그들 중 150명은 현재 벵가지 감옥에 갇혀 있고 후에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들 중 일부는 카다피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에 대한 폭력 진압을 주도하거나 계획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다국적군의 강공이 과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명시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엇갈린 해석의 핵심은 결의안이 명시하고 있는 시민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내용에 대한 확대 해석과 축소 해석의 차이다. 또한 이번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을 국제정치와 참여국들 내 국내정치의 맥락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나오는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가과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리비아 저항세력이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을 계속 요청했으며 현재 다국적군의 공습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국적군의 공습 직전 카다피 군의 진격으로 자신들의 근거지인 벵가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저항세력은 지금의 상황을 카다피 군에 다시 타격을 가하고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저항세력이 처음부터 국제사회의 개입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3월 초만해도 외신들은 저항세력 내부에서 외부 개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현실적 불가피성 주장이 논쟁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벵가지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에서 시민저항 세력이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고 정치적 정당성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외국의 개입이 바람직한 대안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다피 군의 반격으로 절대적으로 열세인 저항세력이 패배를 거듭하고 시민 희생이 많아지자 저항세력은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부담이 큰 군사 개입 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논의는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급한 상황에 처한 국가과도위원회는 파리로 가 지난 14일 G8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힐러리 클리턴 미 국무장관과 접촉했다. 국가과도위원회의 외교담당인 마흐무드 지브릴은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 저항세력 지도부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45분 동안 비공개로 마흐무드 지브릴을 만났으나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같은 군사 개입에 대한 어떤 마음의 결정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에 앞서 아랍연합 역시 카다피 군의 공격을 중단시킬 국제사회의 행동을 요청한 상태였지만 G8 외무장관들 또한 카다피 정권에 제재를 가할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만 동의했을뿐 어떤 행동 계획도 발효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해 벵가지 문턱까지 카다피 군이 진격하고 저항세력에 대해 노골적 위협을 가하자 국제사회는 최소한 벵가지의 저항세력과 시민들의 대량학살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군사 작전을 개시하기에 이르렀다.


법무장관 출신, 인권 변호사... '과도국민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저항세력

과도국가위원회 웹사이트 ⓒ 홈페이지 캡쳐


벵가지의 저항세력은 지난 3월 5일 출범한 과도국민위원회라는 조직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위원회는 리비아 전 지역과 주요 도시들을 대변하는 3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아랍어와 영어로 이뤄진 웹사이트를 통해 출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위원회는 게시한 성명서에서 "과도한 폭력과 용병을 이용해 수많은 순교자와 부상자를 낳은 카다피의 광기로부터 리비아를 해방시키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벵가지에서 설립된 위원회를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로 옮기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언급하고 있다. 출범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지도부는 위원회는 정부가 아니며 다만 카다피 정권을 종식시킨 후 리비아가 자유선거를 치르고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의 지도부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BBC가 보도한 지도부의 면면을 살펴보면 위원장인 무스타파 오하메드 압둘 자릴은 리비아 정부의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과도한 폭력 사용"에 저항해 2월 21일 리비아 법무장관 자리를 그만뒀다. 지난 9일 리비아 정부는 그의 체포에 4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부위원장이자 대변인인 압둘 하페즈 고가는 벵가지의 인권 변호사이자 풀뿌리 조직운동가로 시민 봉기 직후 체포됐다가 곧 풀려났다. 경쟁자를 제치고 스스로 대변인을 자처할 정도로 권력욕도 있다. 카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카다피는 그를 몇 주 만에 카다피 진영에서 저항세력으로 옮긴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군사담당인 오마르 알-하리리는 군사전문가로 1969년 카다피에게 정권을 안겨준 군사 쿠데타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1975년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진행하다 발각돼 15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1990년 카다피의 예상치 못한 결정으로 석방됐지만 올해 시민저항이 있기 전까지 가택연금 상태였다. 저항군으로부터는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외교담당인 마흐무드 지브릴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치학 전공자로 시민 저항 이전 다른 지식인들과 함께 민주국가 수립을 모색하는 '리비아 비전'이라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09년 리비아 정부의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미국 외교 전문가들로부터 "개혁주의자"로 불리기도 했다.

또 다른 외교담장인 알리 이싸위는 2월 21일 리비아 정부의 '폭력적 시위대 진압'에 항의해 인도대사직을 사임했다.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으며 2007년 최연소 경제장관이 됐고 2009년 내각 재구성 이후 잠시 공직에서 밀려나기도 했었다.

위원회에는 이 외에도 1970년 반 카다피 혁명 모의 혐의로 체포돼 31년간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다 2001년 풀려난 아메드 알-부바이르, 벵가지의 정치학 교수로 '리비아 연합과 민주주의'라는 저항세력의 구호를 입안한 파티 모하메드 바자, 젊은 변호사이자 운동가로 2월 15일 벵가지의 평화시위 조직에 핵심 역할을 했던 파티 티르빌 살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저항세력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국제사회 개입... 위험성도 내포
 

한 리비아 반군 병사가 18일 리비아 동부 아즈다비야 근방에서 하트 마크가 붙은 RPG 로켓을 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7일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여타 국가와 나토의 개입을 허용하는 군사행동을 승인했다. 유엔의 결정이 내려지고 수시간 뒤인 18일 아침 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은 리비아군의 모든 군사작전 중단을 선언했으나, 반군측은 정부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EPA=연합뉴스


현재 다국적군의 공습을 지휘하고 있는 미군은 자신들이 저항세력과 소통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저항군을 대변하고 있는 칼레도 엘-사에는 저항군이 다국적군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외신 기자들에게 말했다.

"우린 다국적군에게 폭격할 시설물들에 대한 좌표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군 아프리카 사령관으로 이번 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카터 햄 장군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저항군과 접촉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 임무는 저항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저항세력 지역에서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로부터 소식을 듣고는 있지만 카다피의 지상군과 대결하고 있는 저항군과의 어떤 공식적인 접촉도 하지 않고 있다."

다국적군이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것이 군사 개입의 목표가 아니고 저항세력과 접촉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하지만 다국적군의 공습이 저항세력을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저항세력에 지지를 보여주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개입 목적 중 하나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다국적군 입장에서는 그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역사적 교훈으로 보면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한 무장 저항은 또 다른 폭력과 희생을 가져오곤 한다. 이번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은 리비아 내 시민저항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향후 리비아 내 저항운동에 더한 탄압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평화 시위를 포기하고 총을 들 수밖에 없었고 궁지에 몰려 외국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절박한 상황에 이론적 잣대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조직된 군인들이 아니고 대부분은 벵가지 시민들이다. 이들은 몇 주 전만 해도 총도 쏠 줄 모르던 사람들이다."

벵가지에 머물면서 계속 소식을 전하고 있는 CNN의 아르와 데이먼 기자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남루한 옷을 입고 탱크와 포를 만지고 있는 사람들을 등지고 보도한 내용이다.
#리비아 #리비아 저항세력 #오디세이 여명 #아랍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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