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나서면 '미친 등록금'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주장] 반값 등록금,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등록 2011.03.24 09:44수정 2011.03.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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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앞두고 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붕괴하고 있는 민생경제 회복과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앞두고 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붕괴하고 있는 민생경제 회복과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우리나라의 최고 규범인 헌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참된 주권자인 국민이 바라는 복지는 요원하고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실제 권력자인 시민이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하는 정권이 있으니 누가 대한민국이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취임한 지 3년하고도 몇 달이 지나고 있다. 지난 3년을 되돌아봤을 때 수십 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마구 무너지는 시간들이었다고 느끼는 것이 필자만은 아니리라.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관계와 평화, 서민경제와 민중 생존이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상식과 예의같은 것도 여지없이 파괴됐다. 각계각층의 뜻있는 이들과 국민 다수가 줄기차게 반대해온 4대강 사업을 가차없이 몰아붙이는 그 광기는 또 뭐라고 평가해야 할 것인가.

 

그나마 경제를 잘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이명박 정권이 말하는 경제는 '강부자' 경제였다. 말로는 친서민이지만, 이 정권이 재벌과 토건세력, 강부자들을 위해 '올인'하는 정권이라는 것을 아는 데는 채 몇 달이 걸리지도 않았다. 혹독한 민생고의 시대에 오로지 부자감세와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4대강 사업, 부동산 경기부양 등 '강부자' 경제에만 '다 걸기'를 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은 살인적인 수준의 교육비 부담, 전세대란, 가계부채와 이자부담, 물가급등, 불안한 일자리와 저임금, 구제역 사태 등으로 정말 힘겨운 나날들을 지내고 있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보육·교육·의료·주거 분야의 과도한 부담에 고통 받고, 항시적인 해고위기와 저임금에 시달리며, 일자리와 노후를 걱정하면서 모두가 불안 불안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비로는 살 수 없다며 노인들이 목숨을 끊고, 예술가들이 힘겨워 죽고, 해고당한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대학생들이 또 등록금 문제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등의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극단적인 사례라 해도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그 언저리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민생고를 겪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자 실질 급여 3년 연속 하락... 대학 졸업까지 양육비 2억 6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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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펴낸 <미친등록금의 나라> ⓒ 개마고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펴낸 <미친등록금의 나라> ⓒ 개마고원

우리 국민들은 그 중에서도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을 가장 큰 문제로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비를 폭증시키는 교육정책, 교육 전반에 경쟁을 격화시키고 서열화를 강요하는 교육정책은 차치하더라도 사교육비, 공교육비 할 것 없이 보통의 서민, 중산층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교육비용 때문에 모두들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양육비용이, 연구 결과 무려 2억 60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산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양육비가 2억 6204만 4000원으로 나타난 것이다. 계산에서 빠진 휴학 기간 비용, 어학 연수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인당 3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 조사에서 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급여가 3년 연속 떨어지고 있고, 전체 임금 노동자 중 40% 가까이의 월 급여가 100만 원 이하로 나타났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있겠는가.

 

또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교육비 탓으로 추가 출산을 포기한 국민들이 43%에 달하고, 3살 이상 유아 99.8%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그 돈으로 16만 4000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위 연구에서, 사교육비를 포함한 유아 1명 당 월평균 교육비는 40만 4000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에 안 잡히는 부분도 있으니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출산을 아예 포기하거나 추가 출산을 본의 아니게 거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20세기 상반기에 교육비에 대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여 '무상교육'을 전면화하는 사회 체계를 만들었다. 지금의 대한민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특히 교육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의 정책을 펼쳐나간 것이다.

 

무엇보다도 무상교육은 가계에서 차지하는 교육비의 비중이 막대한 한국 사회에서 그 자체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정(善政)이다. 뿐만 아니라, 무상교육을 통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국민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로 나아가는 공정한 출발선을 출생 조건과 상관없이 보장해주는, 한국이 공정한 나라, 좋은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현해야 될 핵심 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중학교까지만 의무교육·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고등학교부터 학비 마련에 고통을 받고 있다. 또 대학을 포기하거나, 설령 대학에 가서도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러한 현실은 아주 불공정하면서 동시에 반교육적이다. 최근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기획하고 대학교육연구소가 집필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저, 개마고원 펴냄)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하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공약한대로 '반값 등록금'을 즉시 구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책으로 책 제목만으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3~4조 원 예산이면 '반값등록금' 가능... 국민이 행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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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앞두고 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등록금넷과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MB 3년 반값등록금 이행촉구·자살한 대학생추모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 3년의 반값등록금 미이행을 규탄하며 반값등록금 성적을 매긴 'F학점'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앞두고 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등록금넷과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MB 3년 반값등록금 이행촉구·자살한 대학생추모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 3년의 반값등록금 미이행을 규탄하며 반값등록금 성적을 매긴 'F학점'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제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도 옛말이 됐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싶어도 대출을 받기도 어렵게 설계됐지만, 대출을 받게 된다 해도 그 상환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등록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입학금(입학금만 100만 원 시대), 각종 실습비, 어학연수비, 교재비, 행사비, 생활비, 상당수 학생의 경우 주거비 등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 심리적 고통이 너무나 크다. 대학생 1인당 1년에 2000만 원이 넘는 교육비가 들어가고 있으니, 그 부담이 오죽하겠는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 '미친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야 하는 데에 대학도 각고의 노력을 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등록금'을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법이다.

 

지금 당장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무상교육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면 3~4조 원의 예산이면 '반값 등록금'을 지금 당장이라도 실현할 수 있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이 310조 원 가량이므로 그 중 1% 남짓만 대학생과 고등교육을 위해 쓰지는 얘기이다. 부자감세에만 90조 원, 4대강 사업에만 23조 원, 재벌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데도 10조 원를 넘게 쓰는 나라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고등교육에 대해 그것들의 몇 분의 1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아니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국민과의 약속까지 어겨가며 안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 더한 일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연말에는 국민들이 양육비·교육비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임에도 불구하고, 결식아동 국비지원 예산 전액과 약속했던 양육수당 수천 억, 빈곤층 대학생 지원 장학금 예산 등 각종 민생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일도 있었다. 등록금 지원 예산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린 것이다. 이대로 가면 실제로 올해 2학기부터는 차상위 계층 대학생 장학금 제도가 전격 폐지된다. 그런데도 대학생, 학부모들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 든든장학금이라고 하는)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도 듣는 척도 안하고 있다. 이 어찌 정상적인 정권의 행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보통 국민들의 요구는 실로 간명하다. 나라의 정책과 예산을 보육·교육·주거·의료·일자리 문제에 집중하고, 이를 반드시 해결하자는 것이다. 돈 낸 만큼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는 사회, 돈 낸 만큼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교육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우리 국민들도 다들 그런 사회를 염원하고 있는데 왜 이것이 안 되고 있는 것일까? 국민주권의 참된 민주주의라면 우리 국민들이 다들 원하고, 사회복지와 공정한 사회에도 정확하게 부합하는 그런 정책이 벌써 구현됐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발전 정도에 비추어보면, 최소한 유아들에겐 무상보육, 초·중학교는 친환경 무상급식, 고등학교는 의무교육, 대학은 반값 등록금을 이미 현실화했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요구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교육이 최우선시 되고, 서민들도 살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요구하고, 행동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님은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등록금넷 정책팀장, 성공회대 외래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3.24 09:44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진걸 님은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등록금넷 정책팀장, 성공회대 외래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육 #등록금 #대학 #복지 #사회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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