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적 표현물 가졌어도 내용 모르면 무죄"

이주희 전 민주노동당 전국학생위원장, 국가보안법 위반 등 '무죄'

등록 2011.03.24 14:39수정 2011.03.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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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김일성을 찬양하는 소위 '이적표현물'을 갖고 있었더라도,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997년 서울대 사범대학에 입학한 이주희(33,여) 씨는 2001년 민주노동당 서울대 학생위원회 당원으로 가입하고,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주목을 받았고, 2005년 1월에는 민주노동당 전국학생위원장 선거에 당선돼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씨는 2003년 11월 가방에 북한 김일성에 관한 소설 '불멸의 역사'를 요약한 '동지애, 동지획득' 인쇄물과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21세기 연합의 '새로운 통일운동론'을 비판한다>는 인쇄물을 소지하고, 또 자신의 집에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 등을 보관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경찰에 체포될 당시 가방에서 각 인쇄물이 나와 경찰에게 압수된 것은 사실이나, 위 문서들은 읽어본 사실조차 없는 것들로서 어떻게 가방에 들어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으며,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한범수 부장판사)는 2007년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주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연을 들은 후 토론을 위해 위 문건을 학습하고 소지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문건 내용을 모른 채 나중에 보기 위해 일단 가방에 집어넣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방에 인쇄물들이 있었다는 정황만 갖고 북학과 김일성의 행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으로 문건을 입수해 탐독·학습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자취방에는 대학 동기와 선후배 등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왔다 가곤 했으며, 특히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 책에 적혀 있는 글씨를 보면 피고인의 것과 확연히 달리 위 책이 피고인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도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전국학생위원회 전 위원장 이주희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지애, 동지획득' 압수 당시 서울대 학생회 간부였는데, 노동운동 또는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동지'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고 '동지획득'이라는 단어도 낯선 단어가 아닌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 인쇄물이 다른 인쇄물과 섞여 가방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없었다거나, 인쇄물의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21세기 연합의 '새로운 통일운동론'을 비판한다>라는 인쇄물과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이라는 책자 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교사, 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주희 #국가보안법 #이적표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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