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최근에 새롭게 내놓은 K7.
기아차
그리고, 회사 쪽에선 이번 K7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손으로 잡아올리거나, 팔로 누르는 파킹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이다), 급제동경보시스템(ESS) 등 각종 편의장치도 추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장치는 이미 신형 그랜저 때 나왔던 것들이다. 오히려 그랜저에 들어갔던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 등은 빠져 있다. ASCC는 자동차 스스로 앞서 달리는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굳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해 주는 장치다.
이 때문에 과연 시장에서 K7이 그랜저와 경쟁이 되겠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디자인 등은 그대로 놔두고, 엔진 등은 그랜저와 같은 것을 쓰면서, 오히려 예전 K7만의 장점을 잃어 버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다른 장점이 많으니까…"라며 얼버무린다. 여전히 뭔가 속 시원치가 않다.
오랫동안 자동차 전문잡지서 일해온 A 기자는 "엔진과 서스펜션 등이 그랜저와 같게 맞춰지면서 예전 K7의 운전 맛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겉만 다른 또 하나의 그랜저"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이날 F1 서킷에 오른 K7은 충분한 가속 성능과 제동 능력을 보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렉서스 ES350은 이런 서킷 환경에는 잘 맞지 않은 차 같았다. 가속감이나 승차감은 좋았지만, 오르막에서의 치고 올라가는 능력이나 급히 회전할 때 등에선 K7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F1 경기장서 웃은 K7... 시장에서도 웃을까이날 렉서스와 비교 시승을 하긴 했지만, 당장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렉서스 ES350과 K7을 놓고 서로 저울질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기아차 생각대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성능의 차를 굳이 2000만 원씩이나 더 주고 살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 내놓은 K7의 값은 2.4리터 GDi는 2980만 원부터 시작한다. 기자가 탔던 3.0 GDi는 3870만 원짜리다. 취득세 등은 다 합하면, 42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렉서스 ES350은 대체로 5500만 원대다.
한국토요타 쪽에선 기아차의 비교 시승 등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별다른 언급은 없다. 굳이 말하면, 경쟁차종으로 생각지 않는 눈치다. 실제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 수입차 딜러는 "렉서스 ES를 보시러 온 고객이 K7 등 국산차와 비교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K7의 경쟁은 그랜저와 한국GM의 알페온, 그리고 올 하반기에 나올 르노삼성차의 신형 SM7 등이다. 나름 치열한 시장이다. 이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아, 그리고 한 마디만 더 하자. 영암 F1 경기장 입구에 다소 황당한(?) 안내표시문을 봤다. '구경 불가'라는 표시문이었다. 아니 무슨 국가 중요 시설물이나 보안지역도 아닌데, 웬 '구경불가'였을까. 영암 F1 서킷을 두고, 그동안 정치경제적 논란이 있었다. 국민세금도 들어갔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면서도, 자동차 문화는 뒤떨어진 게 사실이다.
여전히 삭막한 영암 경기장 주변을 보면서, 굳이 '구경불가'라고 써 붙여놓지 않아도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이곳을 찾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충분히 경기장을 개방해서,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가까이 가는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제발 그 표시판 만은 떼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