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스타일만 멋지지 아반떼잖아?

[오마이뷰] 현대차같지 않은 현대차 '벨로스터' 타보니

등록 2011.03.19 13:52수정 2011.03.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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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 신차 '벨로스터' 발표회에서 한 기자가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 신차 '벨로스터' 발표회에서 한 기자가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유성호

"이것 성공 못 하면, 우리는 만날 아반떼나 소나타만 만들어야죠."

지난 16일 오후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서 '이것'은 벨로스터(Veloster)를 말한다. 기자와 편하게 주고받은 말이었지만, 현대차가 '이것'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분명 '물건'이긴하다. '현대차'스럽지 않아 더 그렇다. 현대차 스스로 강조(?)한 '실험적', '파격적', '진보적'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차를 보기만해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지난 10일 신차발표회장에서 본 벨로스터의 첫 느낌도 그랬다. 그리고 지난 16일 벨로스터를 직접 타 봤다.

충분히 실험적이고 파격적인가?

서울 광진구 W호텔 주차장에 40여 대의 벨로스터가 서 있었다. 그 흔한 흰색, 은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빨간, 오렌지, 파란색 등 9가지 다양한 벨로스터가 보였다. 자동차의 옷인 색깔을 이 정도로 뽑아낼 정도면, 현대차의 도장 기술도 많이 발전한 느낌이다.

봄날치곤 바람이 꽤 불면서 싸늘하기도 했지만, 날씨는 화창했다. 실내에서 봤을 때 보다 스타일이 더 돋보였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벨로스터의 외부 모습은 파격적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비대칭 디자인. 운전석은 1개의 문이, 조수석에는 기존처럼 2개의 문이다.


전체적인 모습도 남다르다. 쿠페(자동차의 천장 높이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스타일)나, 해치백(자동차 뒷 좌석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형태) 스타일도 아니다. 이를 두고, '3도어 해치백 쿠페' 등 여러 말이 있긴 하다. 일단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것만 해도, 회사입장에선 절반의 성공일 수 있다.

물론 회사 쪽에선 '프리미엄 유니크 비클(PUV, Premium Unique Vehicle)'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긴 했다. 하지만, 이를 다 기억하려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역시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정도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앞모습은 최근 현대차가 말해온 '유체공학적 조형(Fluidic Sculpture)' 스타일이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고 옆모습까지 소나타처럼 별도의 라인이 들어 있진 않다. 개인적으론 이런 옆모습과 뒷모습 느낌이 좋다. 지난 2007년 서울모터쇼에서 보였던 콘셉트카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전체적인 외관 스타일은 충분히 파격적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성능과 디테일?

현대차는 또 이 차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성능과 디테일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했다. 외부로 보이는 스타일 등에선 이미 국내외적으로 충분히 관심을 끌었다. 

 벨로스터의 핸들과 계기판 모습. 중앙 센터페시아 아래쪽 파란색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시동버튼이다.
벨로스터의 핸들과 계기판 모습. 중앙 센터페시아 아래쪽 파란색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시동버튼이다.유성호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 느낌도 괜찮다. 보통 운전대 옆에 놓여 있던 시동 버튼이 중앙 아래쪽으로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운전대를 중심으로 한 계기판과 옆쪽의 센터페시아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존 아반떼나 소나타 등에서 봤던 느낌이다. 실내 디자인은 외부처럼 실험적이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아쉬운 부분이다.

뒷좌석도 앉아봤다. 자동차 높이가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이다 보니, 좁거나 낮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생각보다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76센티미터 키의 동료 기자가 앉았을 때, 머리가 천장에 거의 닿긴 했다. 하지만 그리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벨로스터의 본닛 개폐모습과 GDI엔진 모습.
벨로스터의 본닛 개폐모습과 GDI엔진 모습. 유성호

 벨로스터의 게이트타입 6단 자동변속기 모습.
벨로스터의 게이트타입 6단 자동변속기 모습. 유성호

시동을 걸었다. 조용한 엔진음이 들렸다. 엔진은 아반떼에 들어간 것과 같다. 1.6리터 직렬4기통 GDI(가솔린 직접분사 방식)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다. 6단 변속기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그나마 수동식 모드가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자동 모드에선 생각보다 가속감이 떨어졌다. 올림픽대로를 거쳐,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직선 구간에선 속도를 좀더 올려봤다. 수동으로 변속기를 움직여가며,100km/h 이상으로 달렸다. 일부 구간에서 160km/h 속도를 내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스타일은 진보적, 성능은 보수적?

벨로스터(Veloster)는 '벨로시티(Velocity, 속도를 뜻하는 말)'와 '스터(ster, 다룰 줄 아는 사람)'를 합해서 만든 말이다. 한마디로 '속도를 다룰 줄 아는 차'다. 하지만, 아반떼와 같은 엔진과 미션 등을 그대로 쓰면서 '속도'를 말하기란 약간 머쓱해 보인다.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로의 오르막 경사길과 굽어진 도로에서의 핸들링이나 코너링도 만족할 만하다. 정지 페달 역시 운전자가 자동차를 세우고 싶을 때 그대로 반응할 만큼 예민했다. 자동차의 기본기인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벨로스터만의 성능이라고 느끼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 신차 '벨로스터'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 신차 '벨로스터'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유성호

차 값은 단 두 가지다. 유니크 모델은 1940만 원이고, 익스트림 모델은 2095만 원이다. 대체로 차를 산다면, 익스트림 모델을 고를 것 같다. 각종 안전·편의장치 등이 다 들어 있다. 아반떼 상위모델과 비슷하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개성 강한 젊은 고객층을 잡겠다"고 했다. 대체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정도가 될 듯하다. 회사원으로 따지면 입사 4~5년 차에 젊은 신혼부부까지도 들어갈 수 있겠다. 현대차는 올해 벨로스터를 1만8000대만 한정해서 판매하겠다고 했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희소성 있는 차라는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다.

일단 주변의 젊은 후배들로부터 벨로스터라는 차가 회자되는 것을 보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요즘처럼 개성 강한 젊은 소비자들은 겉만 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써야 할 돈과 기대했던 만족도를 꼼꼼히 따진다. 벨로스터가 아반떼를 염두에 뒀던 사람들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 부족하다. 파격적인 외관 스타일과 희소성 마케팅과는 별개로 말이다. 적어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성능'이라고 하기엔, '글쎄'다. 현대차 쪽에선 내년쯤 벨로스터에 1.6 GDI 터보엔진 등을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올 하반기 미국 쪽에 내놓을 벨로스터에 어떤 엔진이 올라갈지 궁금하다.

참,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신발 한 켤레를 사려고 해도, 꼭 신고, 걸어보고 산다. 그런데, 값으로 따지면 신발보다 수백 배 이상 비싼 자동차를 사면서, 직접 몰아보지도 않고 사는 경우가 꽤 있다. 꼭 타보고 사시라. 벨로스터도 마찬가지다.

  벨로스터의 후면 LED 리어 콤비램프 모습.
벨로스터의 후면 LED 리어 콤비램프 모습.유성호
#현대차 #벨로스터 #아반떼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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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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