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느껴지는 문화재, 단속사지 당간지주

경남 산청군 단속사지에서 당간지주를 만나다

등록 2011.03.26 12:29수정 2011.03.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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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당간지주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 던속사지 입구에 서 있는 당간지주

당간지주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 던속사지 입구에 서 있는 당간지주 ⓒ 하주성


도대체 우리나라의 그 많은 문화재 중에 제대로 성한 것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20년 넘는 세월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문화재를 답사하면서 묻고 싶은 질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도대체 누가 이렇게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한 것일까?' 라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도 두 번째 질문도, 정확한 대답이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그 대답이 있어야만 맞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한 질문은, 대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요즈음에야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도 아닌 듯하다. 4대강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소중한 마애불에 구멍을 뚫어대는 것을 보면.


a 윗부분 당간의 윗부분. 위는 둥글게 조형을 하고, 바깥주변은 돋아나게 하였다

윗부분 당간의 윗부분. 위는 둥글게 조형을 하고, 바깥주변은 돋아나게 하였다 ⓒ 하주성


a 아랫부분 단속사지 당간지주의 아랫부분은 다듬지 않고 투박한 채로 조성을 했다

아랫부분 단속사지 당간지주의 아랫부분은 다듬지 않고 투박한 채로 조성을 했다 ⓒ 하주성


문화재가 아파해요! 누구 때문에?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 있는 금산사. 금산사에 있는 국보 제62호 미륵전은 3층 규모의 전각으로 금당이다. 그런데 그 미륵전 벽 밑에는 이런 글을 적은 안내판이 있다. '문화재가 아파해요' 그리고 그 벽을 보면 가관이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보아줄 수가 없을 정도로 낙서판이다. 쓰고, 파고, 긋고. 어떻게 소중한 문화재에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국보로 지정이 되어 있어 보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에 있는 단속사지. 이곳에는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두 기의 석탑이 있다. 보물 제72호와 제73호로 지정이 된 동,서 삼층석탑이다. 그리고 단속사지로 들어가는 길 좌측에는, 소나무와 함께 서 있는 당간지주 한 기가 서 있다. 높이 356cm에, 두께는 50cm 정도이다.

a 당간지주 단속사지 당간지주. 윗부분이 훼손이 된 채로 방치가 되어있던 것을, 1984년도에 복원을 했다고 한다. 우측편 당간지주의 윗 부분의 색이 다르다

당간지주 단속사지 당간지주. 윗부분이 훼손이 된 채로 방치가 되어있던 것을, 1984년도에 복원을 했다고 한다. 우측편 당간지주의 윗 부분의 색이 다르다 ⓒ 하주성


단속사지 당간지주, 정말 낯이 뜨겁다

단속사지 당간지주가 서 있는 곳은, 지난 날 단속사가 번영을 할 때 그 입구로 보인다. 당간은 당을 매달아 두는 막대로 양편에 돌로 만든 지주로 받친다. 당간은 나무나 돌, 쇠로 만들어 세운다. 그리고 당간에는 당이라는 깃발을 단다. 이 당은 절에서 큰 행사를 할 때 내어걸게 된다.


단속사의 입구였을 것으로 보이는 곳에 서 있는 이 당간지주는 비지정문화재이다. 아마도 문화재로 지정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이 당간지주는 원래 2기가 서 있었다고 한다. 윗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1984년 5월에 한 기만 떨어져 나간 부분을 찾아 복원하였다고 한다.

당간지주는 두 개의 돌기둥이 한 조가 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당간지주의 반대쪽에 또 한기의 당간지주가 있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 마주하고 두 개의 돌기둥을 한 기로 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당간지주는 이렇게 두 개의 돌기둥을 합해 한 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a 당간지주 당간지주에는 당간을 고종시킬 수 있도록 묶는 구멍을 낸다

당간지주 당간지주에는 당간을 고종시킬 수 있도록 묶는 구멍을 낸다 ⓒ 하주성


a 맞 뚫린 구멍 단속사지 당간지주에는 세곳에 네모난 구멍을 내어놓았다

맞 뚫린 구멍 단속사지 당간지주에는 세곳에 네모난 구멍을 내어놓았다 ⓒ 하주성


문화재를 답사하면서 마음에 병이 생기다

단속사지 당간지주는 상, 중, 하 세 곳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네모나게 뚫린 구멍은 당간을 꿰뚫고 있다. 당간은 위편이 둥글게 조형을 하였으며, 양편으로는 중앙 부분을 평평하게 파내었다. 특별함은 없지만 소박한 형태의 당간지주로, 신라 때의 당간지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네모나게 조형을 한 당간지주는 아래편은 다듬지 않고 투박한 채로 그냥 두었다.

당간을 받치는 지대석이 없어 정확한 모습을 알 수는 없지만, 다듬지 않은 소박함이 배어있는 당간지주이다. 그런데 위편을 보니 돌이 약간 색이 다른 듯하다. 그리고 때운 자국이 남아 있다. 아마도 저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 보수를 한 것 같다.

어느 시기에 누구에 의해서 이렇게 훼손이 된 채로 방치가 되어 있던 것일까? 수많은 문화재들이 이렇게 훼손이 된 채로 방치가 되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얼마나 문화재에 대해서 무지한 인간들인지는 마애불에 구멍을 뚫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무지보다 더한 것이 바로 무관심이다. 사전에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단 몇 개월 만에 4대강 주변의 조사를 마쳤다고 하니.

a 당간지주 비지정 문화재인 단속사지 당간지주

당간지주 비지정 문화재인 단속사지 당간지주 ⓒ 하주성


문화재답사를 하면서 마음에 병을 얻었다. 깨지고, 사라지고, 쪼개지고, 때우고, 도대체 문화재라는 것이 그래야 소중한 것인지 오해를 할 정도이다. 단속사지 당간지주를 돌아보면서 참으로 낯이 뜨겁다. 동서 삼층석탑을 보물로 지정을 하면서, 어떻게 주변에 있는 이 당간지주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일까?

단속사지 삼층석탑이 보물로 지정이 된 것은 1963년도이다. 그리고 이 당간지주를 이렇게 복원을 한 것은 1984년이라고 한다. 그 안에 이 당간지주는 발견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훼손이 심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방치를 한 것일까?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진 모습으로 서 있는 단속사지 당간지주를 보면서, 정말로 낯이 뜨거워 고개를 쳐들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의 병은 더 깊어가고.

덧붙이는 글 | 산청 단속사지 당간지주는 3월 12일에 답사를 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산청 단속사지 당간지주는 3월 12일에 답사를 하였습니다.
#당간지주 #단속사지 #산청 #비지정문화재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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