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일본 영토다."

또 일본의 억지 주장이다. 이번에는 중학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을 실을 모양이다. 이번 달 30일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호전되던 한·일 양국간의 여론은 다시 악화되고 있다. 속된 말로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마저 이성을 잃고 끔찍한 자연재해로 고통 받고 있는 일본인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감정을 앞세운 대응은 양국의 앞날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일 감정은 우려스럽다.

최근 일부에서 표출되고 있는 반일 감정의 핵심은 지금 일본을 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대략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일본처럼 부유한 나라를 도울 필요는 없다. 둘째, 구제역 등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 셋째, 양국간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일본을 돕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곰곰이 따져보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감정에 치우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일본처럼 부유한 나라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도덕적인 주장이라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웃에 사는 부유한 집에 큰 불이 났다고 치자. 건물은 불에 타 무너지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는 상황이라면, 이웃에 사는 가난한 주민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그래도 그 집은 부자니까, 다시 집을 짓고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거야. 곧 원상 복구할 텐데,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라고 말하며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그들의 행동을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받을 만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부자든 빈자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누구든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 인간된 도리일 것이다.

둘째, '구제역 등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교 대상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테면 지금 우리도 끔찍한 자연재해로 엄청난 피해와 고통 겪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본을 돕는다면 지나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의 문제를 우선해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구제역과 같은 일이 사소한 일이라는 말은 아니다. 일본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나라를 이웃에 두고 우리의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교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양국간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일본을 돕는 것은 잘못이다'는 주장은 매우 편협한 생각이다.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런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본을 돕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우리의 주장을 오히려 왜소하게 만드는 꼴이 되고 만다. 마치 초상집에 가서 선후관계를 따져 바로잡으려는 것처럼 인색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행동일 것이다.

우리가 재난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들을 돕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한테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평소에 사이좋게 지내는 이웃이기 때문인가? 물론 그런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재난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런 행동이 옳은 행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우리가 일본을 도울 때도 과거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일본의 반성을 기대하고 돕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청난 재난을 겪고 있는 일본을 돕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왔을 뿐이다. 그럼 그것으로 만족하면 어떨까? 이제 와서 도와준 것을 후회한다는 등 옹색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독도 문제는 그것대로 당당히 맞서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