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함께, 자유는 따로? 고립된 이집트 여성들

헌법 개헌안 통과로 소수자 인권침해 우려... 강력한 수준의 집시법 놓고도 논란

등록 2011.03.29 20:21수정 2011.03.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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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콥틱교도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헌법 개헌안이 77.2%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국민투표를 통과한 뒤의 후폭풍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이집트 전역에서 시위를 주도했던 젊은 층의 '개헌안 반대운동' 추진력이 대세를 엎을 만큼 크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로부터 고립된 여성들'... 소수자들의 인권은 어디에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칸 알 칼릴리 시장. (자료사진) ⓒ 김덕련


콥틱교도 등 소수의 타종교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는 이집트 내 이슬람과 콥틱 양측의 최고지도자들을 조우시켰고, 종교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지만 무슬림 형제단은 발 빠르게 '이러한 특별한 정부의 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때문에 가뜩이나 무슬림 형제단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정권이 한쪽으로 치우치리라'는 우려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소수자들 가운데에서도 '여성'유권자들에 대한 배려 부족은 콥틱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개헌안은 물론이고 군최고위원회조차도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완전히 관심밖인 듯 행동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틀 전에는 타흐리르의 여성시위자 중 일부가 경찰에 끌려가 성적인 고문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터졌지만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명은 함께, 자유로부터는 고립된 여성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국내외 인권위는 물론이고 외신마저도 이러한 이집트 정부의 태도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주초부터 집시법의 형량을 발표해 온나라를 뒤흔들었다. 이집트 군최고위원회(SCAF)는 "시민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하거나 주도하는 자들에게는 최저 50만 파운드에서 100만 파운드의 벌금을 물리거나, 1년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과 함께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나 생길 수 있을 법한' 경악할 수준의 집시법을 발표했다.

2만6000명의 설문참가자 중 무려 64%가 새로운 집시법을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국내 유수일간지들은 보도했다. 더불어 집시법은 개헌 국민투표를 무산시키지도 못했고, 개헌안 통과를 저지시키지도 못한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연일 국내 매스컴들과 판사들, 시위대들, 정당들, 야권인사들 그리고 대권주자인 앨바라데이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집시법으로 들끓기 시작한 이집트... 대통령선거 시기 두고도 갈등


2월 12일(현지 시각)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무바라크 사임'을 이끌어낸 것을 자축하고 있다. ⓒ 김덕련


한편 군최고위원회는 27일 "대통령선거는 아직 그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조심스럽게 발표했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의회선거를 오는 9월에 치르고, 법령 등 제반사항을 정비한 뒤에 대통령선거는 2012년 6월에나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에 28일 차기 대권주자인 앨바라데이는 '약속대로' 6개월 안에 군최고위원회가 정권을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통령선거를 먼저 치르고, 국회의원 선거를 나중에 치르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같은 입장에 대다수 시민들도 동조하고 있다. 요컨대 '더이상 못믿을 군최고위원회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으니 9월 이후로 더 보지 말자'는 의미다.


이에 나라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무바라크 퇴진 이후 사라졌다 다시 시내에 재배치된 경찰들은 금주부터 무장군인들과 '팀을 이루어' 근무를 서기 시작했다.

누군가 물었다. "이제 이집트는 안전한가요?" 나는 대답했다. "내가 당하지 않으면 안전한 것이고, 고난을 당하면 아직 정국은 불안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오늘도 이집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고난'을 비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이집트 #칼리드사이드운동 #카이로의봄 #이집트시민혁명 #서주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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