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이리도 황폐해졌다니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88] 특별한 사랑채와 행랑채가 돋보이는 화성 홍승인 고가

등록 2011.03.29 15:03수정 2011.03.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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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홍승인고가의 안채. 안ㅊ는 소박하게 지어졌다. 경기도문화재자료 제74호로 화성시 정남면 문학 1리에 소재한다. ⓒ 하주성


'집 참 좋다. 그런데 어째 이렇게 관리가 잘 안되었을까? 정말 아깝다'

지난 3월 19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문학 1리에 소재한 경기도문화재자료 제74호인 '홍승인 가옥'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린 소리다. 홍승인 가옥은 솟을대문을 중앙에 둔 행랑채와 ㄴ 자형으로 사랑채와 붙은 중문채, 그리고 ㄱ 자형의 안채가 있다.


홍승인 가옥을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겼다. 집 앞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께 어떻게 들어가느냐고 물었더니, 마침 주인이 오면서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사진 좀 찍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랑채 문창호에 창호지가 하나도 남아있지가 않다. 어쩐 일인가 하고 물었다.

"우리 형님이 일을 잘 못해서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갔어요. 이달 말까지만 저도 이곳에 있고, 비워주어야 해요"
"정말 아까운 집인데 안타깝네요."
"그래서 지금은 방도 안방 하나만 쓰고 있어요. 아마 4월에 모두 보수를 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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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솟을대문을 둔 행랑채. 행랑채에는 특별한 굴뚝이 숨어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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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담벼락에 나 있는 네모난 구멍이 굴뚝이다. 연도를 담 안에 숨기고 이 구멍으로 연기가 빠져나오게 하였다. ⓒ 하주성


바깥 담벼락에 난 굴뚝

홍승인 가옥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우선 대문을 끼고 있는 행랑채의 외벽에 보이지 않게 숨은 굴뚝이 있다. 이런 형태의 굴뚝은 보물 재1532호로 지정이 된 여주 효종대왕의 능침 재실에서 보인다. 즉 담벼락에 연도를 숨겨놓고, 담벼락 중간에 구멍을 내어 연기가 빠지게 한 것이다. 그래서 담 밖으로는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행랑채에 방이 있고, 이 방의 굴뚝이 바로 담밖에 난 구멍들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일각문을 사이로 돌담을 높지 않게 쌓았다. 돌담 안은 사랑마당이 되고, 돌담 밖은 행랑마당이 된다. 사랑마당과 행랑마당의 구분을 돌담으로 구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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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사랑채와 행랑채를 가르는 돌담. 이 일각문을 경계로 사랑마당과 행랑마당이 구분이 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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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전면 7칸의 사랑은 경기도 지방의 부유한 가옥을 상징한다 ⓒ 하주성


ㄴ 자형의 사랑채, 정말 아까운 집이네

일각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우측에는 행랑채가 있고, 좌측에는 정면 7칸으로 꾸민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는 2단의 기단을 쌓고 중앙에 다섯 칸은 전면 창호를 달았으며, 좌우측 한 칸씩은 심벽으로 처리를 하였다. 이 사랑채는 중앙에 2칸 대청을 두고, 양편에는 한 칸 통의 방을 들였다.

이 방들의 띠 살창들은 정교하게 조각이 되어 아름다우며, 방 앞에는 창호를 앞으로 퇴칸을 달아내어 툇마루가 연이어 있다. 간살의 구성이 특이한 이 사랑채는 대청 뒤편으로도 창호를 내어, 안채와 동선을 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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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 중앙에 두 칸 대청을 둔 홍승인 고가의 사랑. 띠살창이 아름다운 집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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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방 대청 양편으로는 한 칸 통의 방을 들였다. 그리고 앞의 창호를 내어달아 쾻마루가 연결이 된다. ⓒ 하주성


사랑채에 붙은 날개채인 중문채는 단순하다. 날개채는 세 칸으로 꾸며졌으며, 중문 한 칸과 한 칸의 방, 그리고 한 칸의 광으로 구성된다. 중문을 들어서면 좌측에는 사랑채의 한 부분을 들어내 위를 다락으로 꾸며 놓았다. 이 홍승인 고가는 경기도지방의 부유한 농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가옥이다.

ㄱ 자형의 안채는 오히려 소박해

중문을 들어서면 ㄱ 자형의 안채가 있다. 사랑채와 안채의 평면은 튼 ㅁ 자 형태다. 안채는 부엌 뒤편에 우물을 두고, 장독대를 놓았다. 안채는 사랑채보다 앞선 것으로 보이며, 사랑채가 19세기 말경에 지어진 것으로 볼 때, 안채는 19세기 초 정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안채는 가운데 두 칸의 대청마루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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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채 사랑채의 날개채인 중문채. 세 칸으로 구성되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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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안채는 ㄱ 자집으로 두 칸의 부엌과 안방이 있다. 꺾인 부분에 대청이 자리한다. 부엌 뒤편으로는 우물과 장독대가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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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 대청을 지나면 건넌방이 있다. 건넌방도 그 꾸밈이 특이하다 ⓒ 하주성


안채의 구성은 계단식으로 쌓은 3층 기단 위에 집을 올렸으며, 안채를 바라보면서 우측으로는 두 칸의 부엌과 한 칸의 안방이 자리하고, 대청을 지나면 건넌방이 자리한다. 이 건넌방의 꾸밈 역시 일반가옥과는 차이가 난다. 측면 두 칸의 건넌방은 문을 양편에 내었으며, 앞으로는 다락 밑을 안으로 빼어서 작은 쪽문을 달아냈다.

집안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정말로 아깝다는 생각뿐이다. 이 좋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렇게 황폐해졌다니. 4월에 보수를 마치고 나면 꼭 한번 다시 들러보고 싶다. 담벼락에 굴뚝과 사랑 마당을 가로막은 담장, 그리고 멋진 사랑채의 띠살문이 있는 홍승인 고가. 생각할수록 눈앞에 그려지는 집이다.
#홍승인 고가 #문화재자료 #화성 정남면 #19세기 #부유한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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