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동거동락한 어학원 튜터들과 벗들을 앞에 두고 하는 졸업 연설. 내 차례가 되어서야 이 자리에서 흘리는 눈물과 애써 짓는 웃음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명주
물론 걔중엔 실제로 자질이 부족한 이들도 있다. 연수기간 중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강사가 퇴출당하기도 했고, 친분을 빌미로 가르침을 소홀히 하는 튜터들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필리핀 유학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교사들처럼.
글 쓰는 일과 자유로운 삶에 대해 언제나 열린 맘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Lace, 사람을 잃는 고통에 힘들어하는 날 위해 묻어둔 개인사를 들려준 Kristy, 자긍심과 열정으로 늘 최선의 가르침을 준 Alyn과 Josephine, 사랑과 인생, 우주와 신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던 Gomery. 짧은 시간이나마 스승이자 친구였던 이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마운 인연들이 있다. 그들은 8년이란 사회생활 끝에 인간관계에 대한 체념과 냉소로 물든 나를 변화시켰다. 또한 그 나이 때조차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동성 간의 우정을 선사해줬다. 나는 그들을 통해 벗이 되는 데 나이가 중요치 않음을 몸소 깨달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순수한 마음을 이어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