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월성원전 주민 '삼중수소' 피폭 조사해야

[주장] 원전 영향에 대해 무관심한 정부... 월성 1호기 재가동해선 안 돼

등록 2011.03.31 14:31수정 2011.03.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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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경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의 다수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살고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제가 사는 경북 경주 시내에서 27km 떨어진 곳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월성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건강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경주시내와 발전소 사이엔 토함산을 비롯 여러 산이 놓여 있어 저는 평소엔 원전의 위험성을 크게 모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핵사고가 나도 이곳까지는 피해가 없겠지 하는 맘으로 살고 있습니다. 제 처지가 그렇다보니 발전소 주변 분들의 고충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많을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하시고 제 글을 읽어주십시오.

26만 명인 경주시민은 대한민국 국민의 0.5% 정도를 차지합니다. 발전소 반경 5km 내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7000명으로 우리 국민의 0.014%가 됩니다. 이에 반해 월성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대한민국 총 전력의 6% 이상을 차지합니다.

즉,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전기보다 428배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여 서울 등 대도시로 보냅니다. 428배는 단순비교이고, 만일 생활수준(전력소비수준)을 반영한다면 1000배 이상의 전기를 생산해 대도시로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발전소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양을 훨씬 넘는 전기를 대량 생산해 서울 등 도시민들에게 보내주기 위해 '핵발전'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점을 중요하게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인보다 높은 '월성원전 인근 주민' 체내 삼중수소 농도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 조사결과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 조사결과이상홍

최근 경주에서는 발전소 주민들의 방사선 피해에 대한 중요한 연구발표가 있었으나,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소식에 묻혔습니다. 지난 16일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소(H)의 동위원소로, 수소의 원자핵이 양성자 1개인 데 비해 삼중수소는 원자핵이 양성자 1개, 중성자 2개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삼중수소를 문제 삼는 것은 삼중수소가 물과 음식물, 공기를 통해 인체에 쉽게 흡수되며 몸속에서 방사선(저에너지 베타선)을 지속적으로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베타선에 피폭되면 유전자가 파괴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민간환경감시기구 조사에 따르면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체내 농도가 평균 리터당 23.6베크렐(23.6Bq/L)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1베크렐 이하로 검출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16일 조사결과 발표 자리에 있던 한수원 관계자는 피폭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법적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 이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수원의 이런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 "편서풍 때문에 우리는 안전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듣는 1mSv라는 기준도 건강한 성인의 기준일 뿐 유아와 임산부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기준입니다(이런 저의 의심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양심적인 학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월성원전 주변의 삼중수소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존재해 왔습니다. 월성원전은 캔두형 중수로로 방사성 물질인 중수누출(삼중수소 발생) 사고가 세상에 알려진 것만 6건입니다. 굳이 사고가 아니더라도 삼중수소 배출이 타 원전보다 5~30배나 많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가 이처럼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냉각수로 중수(중수소- 원자핵이 양성1개, 중성자1개로 만들어진 수소 -와 산소로 이뤄진 물)를 사용하는데 중수가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원자로의 중성자를 흡수해 삼중수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삼중수소 축적 정도, 인체 영향.... 정부 '역학조사' 필요

 환경운동연합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중단요구 해상캠페인
환경운동연합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중단요구 해상캠페인이상홍

2009년 국정감사 때,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은 월성원전 주변의 삼중수소 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최고 430배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뿐입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민들의 걱정은 커지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별 대책을 세워주지 않았습니다.

주민들 몸 속에 삼중수소가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지, 그것이 건강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역학조사가 필요했으나 정부와 한수원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저는 지금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조사하고 발표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불합리한 보건체계를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 보다 수백배 이상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대가로 우리는 휴대폰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파의 피해를 걱정합니다. 때론 휴대폰의 전자파 유해성 여부가 법정다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시사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이 시간 월성원전 주민들의 몸 속에는 리터당 23.6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온 몸을 돌아다니며 체내 피폭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임산부에서 어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앞서 살펴본 문제의 월성원전 중 맏형인 1호기가 노후화로 지난 2009년 4월 1일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정부와 한수원은 올 6월 월성1호기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월성1호기가 재가동(수명연장)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수명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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