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최장 기간 무정부 상태 세계 신기록 수립을 보도하는 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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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최장 기간 무정부' 세계신기록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다.
지난해 6월 13일 총선거를 치른 벨기에는 각 정당들이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30일(한국시각)을 기해 무려 290일째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하고 10개월 가까이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종전 최장 기간 무정부 상태 기록은 지난 2009년 이라크가 수립한 289일이다. 당시 이라크는 240일 만에 정부 출범을 타결했고 그로부터 49일 후 정부가 공식 출범했으니, 벨기에의 세계신기록은 이미 241일째 달성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해묵은 지역 갈등, 연정 구성 난항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해 '유럽의 심장부'로 불리는 벨기에가 정부 출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로니아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북부 플레미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지역 갈등 때문이다.
벨기에는 정치 구조 특성상 전국 정당이 없어 많게는 6~7개 지역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야되기 때문에 총선을 치를 때마다 정부 출범이 힘들다.
그동안 수많은 중재자가 나서 연정을 시도했고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정당 사이의 권력 배분과 예산 관련 문제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며 중재자들이 포기를 선언하기가 일쑤였다.
벨기에 크게 남부 왈로니아와 북부 플레미시로 나뉘어져 있는데 1830년 벨기에가 독립한 이후부터 언어 및 문화적 차이로 서로 반목을 계속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북부 플레미시가 상업 발달을 기반으로 경제적 발전을 이룬 반면에 남부 왈로니아는 갈수록 궁핍해져 북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이를 놓고 더욱 갈등이 깊어졌다.
지난 총선에서 북부와 남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새 플레미시 연대(N-VA)'가 승리를 거두면서 더욱 긴장이 고조되었지만 나타남으로써 벨기에 분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출범을 위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분리 독립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현지 분석이다.
정부 출범... 백약이 무효?벨기에의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자 이를 끝내기 위한 다양하고 이색적인 활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벨기에 사회당의 마를렌 템머만 여성 상원의원은 정치인의 부인들에게 "연정이 구성될 때까지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자"는 이른바 '섹스 파업'을 주장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또한 청년들은 벨기에의 지난달 주식인 감자튀김을 나눠주며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을 모아 무정부 상태 지속에 대해 항의했고 한 영화배우는 정치인들에게 연정 구정 때까지 수염을 자르지 말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브뤼셀 대학의 한 정치학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지역의 서로에 대한 무관심(apathy)이 지나치다"며 "정치인들은 협상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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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최장 기간 '무정부 상태' 세계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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