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손학규, 분당을에서 붙는다?

손 대표 출마로 최대격전지 부상...'정운찬 카드' 회생

등록 2011.03.30 18:29수정 2011.03.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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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4.27 재보선 분당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4.27 재보선 분당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을 출마로 4·27 재보궐선거의 판이 커질 대로 커졌다.

강원도지사와 국회의원 3명(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경기 분당을) 기초단체장 6명(서울 중구, 울산 중·동구, 전남 화순군, 강원 양양군, 충남 태안군) 등을 뽑는 이번 선거는 강원도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보통 규모의 재보궐 선거였다. 한나라당과 야권이 승부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지역은 광역단체장을 뽑는 강원도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김해을이었다.

손학규 대표도 애초 2년간의 칩거로 '제2의 고향'이 된 강원도 선거에 전력투구하면서 다른 지역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도 이광재 전 강원지사에게 "영동은 당신이 맡고 영서는 내가 맡자"고 할 정도로 강원도 선거에 몰입했다.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이번 강원지사 보궐선거 지원에 나섬에 따라 '손학규 대 박근혜' 구도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도 다듬었다.

그러나 차기 대선 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인 손 대표가 한나라당이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부르는 분당을에 배수진을 치고 출마함으로써 이 지역이 최대격전지로 등장하게 됐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사실상 재보선을 치르는 전 지역이 단일 선거구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선거 구도가 '이명박 대 손학규 대결'로 바뀌었고, 선거이슈도 각 지역공약보다는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집약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분당을 패배? 내년 수도권 총선 전멸 의미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최근 재보선 전략에 대해 "김해을에서 야권이 '노무현 선거'를 하자고 하면 오히려 우리는 대처하기 쉽다"면서 "정치 싸움은 여의도에서 하고 누가 지역을 발전시킬 인물인지 가려보자고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재보선에 제1야당 대표가 출마함에 따라 이런 선거전략을 구사하기는 어려워졌다.

분당은 전통적으로 영남과 서울의 강남, 서초에 버금가는 한나라당의 절대적 강세지역이다. "강남보다 더 강남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임태희 현 대통령 실장은 2008년 총선에서 71.1%를 얻어 26.7%를 얻은 민주당 김종우 후보를 압도하면서,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수천 표 또는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에서 한 후보가 70% 넘게 득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손 대표의 측근인 신학용 의원이 "민주당은 분당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며 출마불가를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당에서, 더욱이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패배할 경우, 한나라당에게는 '악몽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의 수도권 전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지표는 한나라당을 불안하게 만들 만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당선된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분당을에서 44.6%를 얻어 한나라당(50.6%)에 불과 6%p 뒤졌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경기지사 선거 때 분당에서 42.8%를 득표했다. 또 분당 지역 성남시의원 14명 중에 민주당이 5석, 민주노동당이 1석을 차지했고, 야4당의 전체 정당 지지율은 47.7%로, 한나라당 지지율 49.5%와 별 차이가 없었다.

"대선주자 손학규 상대하려면 원조 '강남좌파' 이미지 정운찬 나서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왼쪽)과 이재오 특임장관(자료사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왼쪽)과 이재오 특임장관(자료사진) ⓒ 유성호


한나라당과 여권이 이번 분당을 선거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대선 때까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세 번 이상 부인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 회자되고 있다.

손 대표 출마보도가 나온 뒤 한나라당은 동반성장위원장 사퇴 파동과 '신정아 폭로'로 뭍 밑에 가라앉았던 '정운찬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운찬 카드는 살아 있다"며 "단순 여론조사에서는 강재섭 전 대표가 높게 나오지만 정 전 총리가 젊은 층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대선주자인 손 대표를 상대로 강재섭 전 대표가 이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드보이' 이미지가 강한 강 전 대표에 비해서는 원조 '강남좌파' 이미지가 있는 정 전 총리가 중도층의 표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방미 중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날 분당을 후보자에 대해 "아무리 우세지역이라 해도 공천만 하면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길 사람을 내야 하니까 시간을 끄는 것"이라며 "분당 사람들의 자존심에 합당해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정 전 총리가 등장할 경우 정권심판을 내건 '이명박 대 손학규'의 대결이라는 성격은 더욱 뚜렷해진다.

물론 한나라당이 정 전 총리를 선택할 경우 강 전 대표의 반발 등 파란이 일 수도 있다.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정 전 총리에 부정적인 것도 변수다.

최문순 쪽 "손 대표 빠져서 아쉽지만, 정권심판론 바람 일으켜주면..."

a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4.27 재보선 분당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4.27 재보선 분당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손 대표의 직접 출마는 다른 재보선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문순 민주당 강원지사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가장 큰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손 대표의 전폭적 지원이 어려워졌다는 점은 아쉽다"면서 "피선거권이 박탈된 이광재 전 지사의 선거지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 전 지사의 부인이라도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역으로 당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권심판론 바람을 일으키면, 지역공약중심이 되기 쉬운  강원도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을 선거도 '반MB' 성격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국민참여당과의 후보단일화에서도 민주당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손 대표의 '순천 무공천' 관철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번 출마는 손 대표에게는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을 결행한 이후 최대의 정치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당선되거나 패배하더라도 인상적인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2009년 10월에 수원 장안에서 이찬열 의원을 당선시킨 데 이어 수도권 경쟁력을 확인시키면서, 5~6%에 고착된 지지도를 뛰어넘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년 대선을 향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의 야권단일후보 경쟁에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원도나 김해을 선거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면서,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반면 정운찬 전 총리든 강재섭 전 대표든 손 대표를 이긴 후보는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하게 되고, 향후 정국주도권은 한나라당이 쥐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의 출마기자회견 직후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배은희 당 대변인은 공식논평에서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대권야욕에 눈멀어 물불 안 가리며 당을 바꾸더니, 이제는 지역구마저 이리저리 옮기는 손학규 대표의 모습은 역시나 철새 정치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오직 자신의 대선가도만을 생각하며 '분당을 철저히 이용하겠다'는 손 대표의 머릿속에는 '분당 주민'은 없고 '대권 야욕'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분당을 #4.27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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