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는 오히려 풀이가 단순하다. 각종 논란과 의혹 속에 뒤덮인 결정적인 원인을 찾으면 된다. 론스타 사태도 마찬가지다. 김상조 교수는 그 근원을 '금융당국의 원죄'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작업을 하고 있던 2003년 9월의 어느 날로 기자를 이끌었다.
당시에 신용카드회사의 동반 부실 사태가 벌어졌다. 카드회사들은 계열 재벌 대기업과 은행으로 넘겨졌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외환카드 부실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한나라당의 비판에 공적 자금의 문은 굳게 닫힌 상황. 그때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론스타다.
론스타와 금융당국 앞에는 장애물이 있었다. 비금융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보유를 제한한 은행법 15조와 16조의 2였다. 김 교수의 말이다.
"은행법이 아주 복잡해, 김앤장도 몰랐던 것 같다. 이 조항 역시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 인수를 9%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에 예외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김석동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과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이 문제를 덮기로 했다. 이게 '원죄'다. 이 순간 모든 게 엉클어졌다. 원죄의 당사자인 금융당국은 이후 7년 6개월 동안 산업자본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아무런 판단도 못했다. 김석동 당시 국장은 현재 금융위원장이다."
시침이 반 바퀴를 돌자, 대화의 시점은 2003년 9월에서 2011년 3월 현재로 옮겨왔다. 금융위는 지난달 16일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론스타의 주주와 관계회사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산업자본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김상조 교수는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산업자본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회사의 비금융부문 자산이 2조 원을 넘거나 전체 자본의 25%를 넘기는 경우다. 론스타에는 모두 8개의 펀드가 있다. 초기 출자금액은 13조 원가량이고, 광산과 부동산 투자 펀드도 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 금융위는 조사의 한계를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자료제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비협조로 나오거나 불응할 때는 제재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감독 기관임을 포기한 것 아닌가."
- 결국, 론스타 사태의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는 것인가.
"론스타는 당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원죄' 때문에 자료 제출을 명령하거나 제재할 의지가 없었다. 자료를 내지 않으면, 산업자본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는 게 상식 아닌가. 첫 번째 관치와 직무유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또 다른 관치와 직무유기를 끌어들였다."
산업자본 문제와 함께 론스타를 옥죄는 법원의 판단은 지난달 10일 나왔다. 대법원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 당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론스타를 기소한 사건을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금융위는 이를 유죄 확정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유죄가 확정돼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9% 초과분의 주식을 6개월 내에 매각해야 한다.
"이번 판단은 사실상 유죄 확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론스타가 이미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큰 영향을 못 줄 것이다."
-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주가 조작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합병한 후인 2003년 11월의 일로, 인수계약이 무효화된다고 볼 수 없다."
김 교수는 이어 "대주주 자격 문제와는 별개로, 금융위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빨리 내려져야 한다"며 "하나금융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인터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앞으로 외환은행 근처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론스타의 5조 원 먹튀, 수업료로 생각하자"
- 무슨 뜻인가.
"금융위는 7년 6개월 동안 관치와 직무유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판단을 보류해왔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 주식을 몰수하거나 강제 매각해, 먹튀를 막아야 한다고 한다.
"합리적인 선을 넘었다. 금융당국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금융 산업이 망한다.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잃은 경우, 금융당국은 당연히 론스타에 매각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주식 소유자로서 매각 대상과 가격을 정하는 처분권은 론스타에 있다."
-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집행위원장은 먹튀를 돕는 소신을 '좀비'라고 비판했다.
"나는 어용 교수도, 좀비도 아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계약은 사적 거래다. 이를 어떻게 막나. 또한 2003년 9월 금융당국이 바보였든 공모했든 범죄자였든, 당시의 인수 승인을 되돌릴 방법도 없다. 다만, 형사·행정적으로 벌금 등을 통해 부당 이득을 어느 정도 환수할 수는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어떻게 보나.
"인수대금 대부분을 차입하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 능력을 벗어난 인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러한 가능성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나금융의 재무적·경영 능력 등을 평가해, 문제가 없다면 승인해야 한다. 론스타 문제가 여기에 개입돼 시간 끌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인수를 반대하고, 독자 생존론을 주장한다.
"현실성이 없다. 누가 외환은행 독자생존을 위해 수조 원의 돈을 투자하겠나. 그렇다고 재벌 대기업에 은행을 팔 수 없지 않나. 우리은행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인수해서 더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인수 합병은 무조건 싫다는 노조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독자생존보다 하나금융으로의 인수가 차라리 낫다."
기자가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하자, 김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론스타의 5조 원 먹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와 관치를 극복하기 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정서의 문제에서 벗어나 합리적 판단을 내릴 때 새로운 미래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조는 이익 단체이기 전에 우리 사회 변화를 위한 핵심 동력이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에 얽매여 무리한 주장을 한다면 노동운동의 합리적 힘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먹튀에 대한 단죄 정서는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를 도와주고 있다"고도 했다. 그의 한숨은 짙어졌다. 시침은 이미 두 바퀴를 돌았다. 마지막 말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아무 결정도 못 내린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김석동 위원장이 낫다. 잘못된 결정이라도 내려야, 교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론스타 사태의 최종 해결을 위해 공론의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더는 관치와 직무유기를 못하도록 과거 책임을 묻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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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승인 결정 미루면 안돼 론스타 먹튀 5조 수업료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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