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대부분 규정 안 지켜"

홍하일 국민건강 수의대연대 위원장 강연..."사육환경 돌아보고 육류소비 줄여야"

등록 2011.04.01 10:34수정 2011.04.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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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대연대 위원장 ⓒ 심규상


"침출수가 돼지 한 마리당 10리터가 나와야 하는데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조성된 가축 매몰지 대부분이 설치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나왔다.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대연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저녁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켄벤션홀에서 열린 <녹색철학강좌> '생명존중의 눈으로 본 구제역'을 주제로 한 강연(주최: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오마이뉴스)에서 정부의 구제역 대처방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선 가축매몰지와 관련 "'환경부 가축매몰지 지침'에는 매몰지별 크기를 가급적 바닥 폭 4∼5미터, 상부 폭 5∼6미터, 깊이 5미터를 넘지 않도록 하라'고 돼 있다"며 "하지만 직접 일부 현장을 점검해 보니 바닥 폭이 10미터 많게는 20미터, 깊이만 10미터씩 파서 묻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매몰지 관측정 대부분 설치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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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가축매몰지 설치지침'에 따른 매몰지 설명그림 ⓒ 홍하일 위원장 강연자료


그는 이어 "매몰지 경계의 외부 이격거리 5미터 이내에 깊이 10미터 내외의 매몰지 관측정을 별도 설치하도록 돼 있음에도 거의 대부분의 매몰지에서 관측정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했더라도 매몰지 깊이보다 얕게 설치돼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하수와 하천, 수원지, 집단가옥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 지켜지지 않은 곳이 많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주변 관정이 오염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100킬로 돼지 한 마리에서 약 10리터 정도의 침출수가 나오고 소의 경우 마리당 약 170리터가 나온다"며 "그런데 현장 점검과정에서 보면 소 100마리를 매몰한 곳에서 추출된 침출수가 고작 몇 백 리터에 불과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 위원장은 "매몰지 속이 옹기모양으로 침출수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떡 시루 모양으로 침출수가 새나가고 있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구제역대책특위 위원장)이 매몰지역에 대한 땅 속 자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토양의 정화능력도 한정된 용량까지만 가능하다"며 "무한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의 '침출수를 퇴비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자체가 오염원"이라고 일축했다.

구제역 백신, 2003년 100만두 분량...2010년에는 30만두 분량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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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대연대 위원장 ⓒ 심규상

정부의 구제역 예방정책과 백신 관리정책 및 방역체계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때인 2003년에는 구제역 완제품 백신을 100만 두 분량과 항원을 포함 400만 두 분량 비축해 놓았다는 것. 그는 "하지만 지난 해 11월 구제역 발생 당시 백신비축분은 30만두, 항원은 120만두 분에 불과해 예방약이 부족했고 신속한 방역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많은 나라에서 백신접종 종료 후 구제역이 창궐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세심하고 철저한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제역 소독약 살포와 관련 그는 "겨울철에는 소독약의 효과가 거의 없다"며 "효과 없는 소독약을 도로를 막고 그것도 차량외벽에 뿌리는 것은 예산낭비만 초래한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방역체계와 관련해서는 "수의축산전문가의 경우 이축산동물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산업동물 임상을 외면하고 소수정예화 돼 있으며 축산전문가 또한 대형화, 자동화 추세로 소수화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구제역 파동도 축산농가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후진적인 예찰 시스템으로 확산된 것"이라며 "수의사처방제 등을 통한 상시예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기반 무너진다고? 오히려 돼지파동 우려...육류소비 줄이자"

그는 구제역으로 머지않아 돼지 파동 우려가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구제역 발생 초기인 지난해 12월 가축사육두수는 소 330만 마리, 돼지 889만 마리였고 이중 소 15만 마리, 돼지 329만 마리가 살처분됐다는 것. 하지만 지난 2월 중순 현재 소 353만 마리, 돼지 835만 여 마리로 소의 경우 구제역 발생이전보다 마리수가 증가했고, 돼지의 경우에도 예년 수준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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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매몰지 영향 ⓒ 심규상


홍 위원장은 "정부와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으로 축산기반이 무너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올 하반기경 돼지파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동물 사육환경을 돌아보고 육류소비를 줄일 것을 당부하는 말로 이날 강연을 끝맺었다.

"소, 돼지가 잘 길러지는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육류를 적게 먹어 소, 돼지를 적게 죽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육두수를 제한하자는 얘기도 있지만 소비가 있는 한 수입을 해서라도 필요량을 채우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축산폐수 문제도 매몰지 침출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축산폐수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충남 오마이뉴스>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연다. 4월 강좌(28일)에서는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원자력발전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대전충남녹색연합 #돼지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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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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