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 학생만 먼저 급식 먹고 자율학습해라?

인천 '강제 방과후학교·자율학습 파행' 심각... 교육청 '수수방관'

등록 2011.04.04 16:33수정 2011.04.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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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천시교육청에는 강제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에는 강제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인터넷 갈무리


"1~3학년 학생 중 상위 5% 성적의 학생들은 맨 앞에 줄을 세워 점심을 먹도록 하고 있어요. 빨리 급식을 먹고 자율학습을 하라는 겁니다. 학부모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은 학생에게만 자율학습을 시킨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 연수구 A중학교 교사

"50분이었던 점심시간이 올해부터 45분으로 줄었대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7교시 자율학습과 8교시 방과후학교를 해야 해서, 점심시간에 청소까지 같이 하라고 한답니다. 아니 점심시간도 줄여놓고 어떻게 청소까지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원래 8교시가 자율학습이었는데 아이들을 8교시까지 붙잡아 두려고 8교시를 방과후학교로 바꿨다는 데, 이게 말이 됩니까?" - 부평구 B중학교 학부모

"방과후학교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희망에 따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돼 있는데, 왜 학교에서 강제로 진행하는지 모르겠어요. 담임선생님에게 안 한다고 신청서를 써서 내도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하고 방과후학교를 시킵니다. 교감 선생님은 탁구부나 컴퓨터부 등 교과목을 제외한 다른 외부 강사들이 매일 45분 수업을 위해 학교에 올 수는 없다며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등 5대 교과목만 수업이 가능하다고 해요. 정 교과목만 해야 한다면, 강제로 돈을 내고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남동구 C중학교 학생

인천지역 중·고등학교의 강제 0교시와 방과후학교, 자율학습으로 학교 교육과정 파행사례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지도·점검해야 할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자율화'라는 명분을 대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부평신문>에 제보된 내용과 인천지역 학부모·학생·교사들의 얘기를 정리하면, 대다수 중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가 강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애초 특기·적성 교육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된 방과후학교가 일명 일제고사가 시작된 후부터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등 5대 교과목의 보충수업으로 변질돼 0교시나 7·8교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3월 개최한 일반계 고등학교 학교장 회의에서 올해부터 반드시 야간 자율학습에 원하는 학생만 참여하도록 하는 등의 운영지침을 확정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선 강제 자율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인천시교육청에는 강제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중학교에서 7·8교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위해 점심시간을 줄이거나 상위 5% 학생들 먼저 급식을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파행적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고등학교에선 예술분야나 체육분야로 전망을 잡은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것을 막고 자율학습에 강제로 참가시키기도 하고 있다.


교육청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

a  한 초등학교의 모습.

한 초등학교의 모습. ⓒ 유성호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0년 방과후학교 성과분석 연구' 자료를 보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중 7명은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달 3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 분석 결과를 발표한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지역 수능 성적이 이번에도 전국에서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며 "이는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식 학력향상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의 일선 학교에서 진행되는 강제 방과후학교·야간자율학습·0교시 등은 수능 성적 향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상위권을 차지한 제주도가 그 비결로 "강제와 억지로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것이 아닌, 자기주도학습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교육과정기획과 담당공무원은 "지금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0교시나 7·8교시는 방과후학교라고 보기 어렵고, 교육과정의 일환이기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한 뒤 "자율학습의 문제도 학교에서 결정해서 할 문제"라고 밝혔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강제 방과후학교·자율학습 등의 문제로 시교육청과 면담을 통해 각 학교에 공문 시행과 행정 지도 등을 요청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전교조 인천지부는 현재 인천지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방과후학교 #자율학습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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