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티파티 구성원들이 2010년 4월 15일 아이다호 주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일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유경
가령 2009년 자산 평가 없이 연간 소득 수준만으로 푸드 스탬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오하이오 주의 워렌 카운티에서 고급 벤츠 승용차를 몰고 온 한 여성이 푸드 스탬프를 받아가는 일이 있었다. 그녀는 30만 달러짜리 주택(융자부채도 전혀 없는)도 소유한 것으로 밝혀져 당시 오하이오 주의 일부 정치인들은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들고 나온 바 있다.
아이다호 주의 경우 집과 자동차(1대까지), 살림살이 및 보석, 그리고 가축 등을 제외한 자산 가격 총액이 일정액(2011년 이전에는 2000달러, 현재는 5000달러로 인상)을 넘을 경우 푸드 스탬프 수령 자격을 잃는다.
그런데 오터 주지사가 자산 평가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이유는 2008년 당시 경제적으로 어렵던 사람들이 무료 식권인 푸드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자산 가치 기준선(2000달러)에 맞추고자 저축 및 은퇴 연금 계좌를 깨고, 심지어 집안 세간까지 팔아치우는 일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중단 결정에 로지 엔두자는 "많은 사람들이 머리 위에 지붕을 두고 사는 것과 식탁 위에 음식을 두고 사는 것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었다"며 탄식한 바 있다.
극한 상황만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미국의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들 푸드 스탬프 이외에도 미국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돈이 없더라도 임신을 하면, 윅(WIC)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임산부와 태아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영양은 섭취할 수 있다. 또, 메디케이드(Medicaid)를 통해 임신 기간 내 정기 체크업은 물론 출산 비용 일체를 정부가 지급하기도 한다.
이런 복지 프로그램은 진료소 내에서 바로 신청할 수도 있고, 진료소에 상주하는 사회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다.
윅(WIC)은 'Women, Infants, and Children'의 약자로 미국 농림부가 주관하며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미국 연방정부가 정하는 빈곤선의 185% 이하(2011년 현재 4인 가족 기준 연소득이 4만 1300달러-한화로 약 4543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임산부나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정은 윅을 신청할 수 있다.
수령자는 '윅 바우처(WIC voucher)'라는 일종의 식료품 구입 쿠폰을 갖고(일부 주에서는 현금카드처럼 생긴 EBT 카드로) 윅이 지정하는 식료품(우유, 치즈, 콩, 시리얼, 채소, 주스 등)만을 구입해야 한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생한 유아의 45%가 윅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케이드는 기본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지원 제도다. 그러나 이것은 연방정부 예산과 주정부 예산으로 같이 운영되는 까닭에 그 수령 자격 조건이 주마다 다르고, 연소득이 낮다고 해서 모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너무나 가난해서 임신을 못하고, 병원에서 출산을 거부당하며, 어린아이들이 굶주려야 하는 극한 상황만은 미국에서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복지 프로그램은 여기까지다. 그나마 복지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에게만 집중돼 있다(이마저도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정부가 정하는 기준선보다 조금이라도 소득이 많으면,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충당해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 미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