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유성호
그런데 현 정부는 저금리-고물가-고환율 조합을 상당히 의도적으로 오래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고물가와 양극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의 질적 측면을 희생해 경제의 외형만 키우는 꼴이다. 또 부동산 거품을 부양하며 일반 가계와 성실한 근로소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반면 재벌대기업과 부동산 투기 가계에 보상하는 구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순화하자면 없는 사람들에게 뜯어서 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소득을 재분배 해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세금 아닌 세금'들은 국민 동의 없이 막대한 소득을 없는 자들로부터 가진 자들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 매우 악성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에 이르는데도 일반 가계의 체감경기는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런 기조가 경기회복의 지속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속도나 유동성 증가 추세에 비해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 부동산 거품을 거의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다른 국가들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 경제위기 이후 대달러 환율이 강세를 띤 대부분 국가들에 비해 한국 원화만 유독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경제는 긴박한 경제위기 국면을 벗어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일반가계의 부를 가진 자들에게 퍼줄 것인가. 한국에 정말 '망국적 복지'가 있다면 이처럼 가진자들에게 각종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해주는 퍼주기 복지일 것이다.
부동산 투기자에게는 보조금, 성실 예금자에게는 저금리이 같은 우회적인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얼마나 큰지 저금리 정책의 효과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08년 후반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한국은행은 5.5%이던 기준금리를 2.0%로 인하해 경기를 부양해왔다. 이어 2010년 하반기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2011년 4월 현재 3%까지 기준금리가 상승했으나 여전히 역대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인 것은 물론이다.
2008년 말 이후 저금리정책이 일반 가계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언론에서는 주택담보대출자 등 주로 부채를 진 가계의 이자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은행에 여유자금을 저축하고 있는 가계들도 많다. 물론 현실에서는 양쪽의 비중이 다를 뿐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가진 가계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설명의 편의상 부채 가계와 예금 가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기준금리가 2%를 유지하고 있을 때 그 효과를 따져보았다.
우선, 은행에 빚을 진 가계는 연 환산 12.2조 원 가량의 금리인하(보조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마찬가지로 2008년 말의 가계 저축성예금을 기준으로 저금리 정책의 기회손실을 계산해보면, 은행에 예금을 한 가계는 저금리 정책으로 연환산 10.5조 원 가량의 이자 손실을 본 셈이 된다. 이러한 기회이득 또는 기회손실은 저금리 정책이 길어질수록 확대된다.
결국 정부 정책실패나 금융기관의 무모한 경영으로 인한 잘못을 저금리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예금자인 가계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실하게 일해 번 소득을 저축해 온 가계를 희생양으로 빚을 내 부동산투기에 가담한 가계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 경제적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이 같은 퍼주기를 언제까지 더 지속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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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선대인 기자는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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