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입양아, 독일 자민당 당수 된다

등록 2011.04.07 09:45수정 2011.04.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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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지진 여파가 저 멀리 독일땅의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일본의 핵 방사능이 거기까지 바람타고 갈 것 같지는 않고, 일본산 식품 공포로 그럴 일도 희박할 것이고, 이유가 뭔가 했더니 일본 원전의 핵물질 누출로 핵공포가 확산되면서 지난 3월에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승리를 거뒀다. 지방선거에서 승리가 뭐 대수냐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리 간단치 않지만 한순간에 지형이 바뀌는 게 정치 생리이기도 하다.

독일 남부 보수 성향의 바템 뷔템부르크에서 서독 건국 이래 처음으로 보수 여당이 패배했다. 이 여파가 기민당의 현 메르켈 총리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한 것은 물론이요, 기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이 그야말로 핵폭풍으로 난파 지경이다.

패배 책임을 지고 당수인 베스터 벨레가 전격 사퇴하고, 후임 당 총재를 선출하기 위해 계파별 권력 투쟁이 한창인데 그 핵심 인물이 뢰슬러 필립이라는 인물이다.

왜 필립인가? 정치판이 권력 투쟁으로 맨날 으르렁 거리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독일 자만당의 당수가 누가 되든 우리와 먼 이야기이다.

이 순간에 관심을 촉발시키는 것은 필립이 베트남 입양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흥미를 끈다. 우리도 해외에 많은 동포들이 살고 독일에도 파독 간호사, 광부를 비롯해 이민 역사가 길다. 다들 땀 흘리면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베트남 입양아 당수가 해외 동포들에게도 희망의 드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필립, 올해 38살로 현재 독일정부 보건부 장관이다. 이미 정치적으로 성공한 상태인데 이제는 명실상부 60년 역사의 독일 공당의 당수가되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3년 태어난 그는 부모도 모르고 베트남 이름도 없다. 생후 9개월 만에 독일 의사 가정에 입양되어 하노버로 왔다. 그리고 독일인 양아버지 의사밑에서 잘 성장하면서 정치적 탤런트를 보여 대학시절 이미 자민당의 청년 리더로 부상했다. 27살에 안과 의사 일을 접고 하노버 자민당 책임자로 정치 일선에 본격 나선다.


그는 하노버 주정부 장관으로 일하다 메르켈에 발탁되어 2년 전 보건부 장관이 되었다. 이 당시도 독일 정가에 커다란 화제가 되어 기자들이 도대체 필립이 누구느냐고 허둥댈 정도 였다.

대단한 인물이다. 역시 맨 바닥에서 최정상에 오른 메르켈 현총리가 총애 할 만하다. 정파별 권력 암투가 혈투에 가까운 독일 정치판에서 필립의 등장은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고, 아무 배경도 연고도 없는 그의 성공 스토리는 저 먼 드림(German Dream)이기에 충분하다.
정치판의 이런 뉴스가 종종 정치에 염증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우리 정치에서 이런 신선한 등장과 성공 스토리를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지연, 학연, 금전줄에 찌들은 우리 정치는 언제 탁트인 새로운 인물에서 희망을 찾을까? 일본 지진 여파로 횡재를 한 것 같은 입양아 출신 필립의 이야기는 목련 같이 아름다운 감동을 준다. 그의 자민당 당수 지명이 임박했다고 독일의 각종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객지에서 입양아로서 이방인의 눈물어린 설움을 털고 승리를 일궈낸 마이너 뢰슬러에게 박수를 보낸다. 멋지다. 그도 멋지고 독일 정치도 멋지다. 필립의 승리는 더욱 빛난다.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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