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게 정말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서평] 법륜스님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마음 이야기 '스님의 주례사'

등록 2011.04.07 18:14수정 2011.04.07 18:15
0
원고료로 응원
a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 이정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에 골인 한다면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 그게 정말 확실한 행복의 선택일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보편적인 인식의 틀 안에서 보면 그것만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선택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혼 이후에 삶은 또 다른 불행을 야기하지는 않을까. 결혼 적령기에 들어 서로의 믿음과 사랑을 확인한 후, 신혼여행을 다녀온 초년생 부부가 어느날 갑자기 이혼 선언을 한다면...그것도 몇일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별안간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한 아이 둘을 낳고 정말 행복하게 잘 살다가 상대방의 부적절한 연애 관계로 어쩔 수 없는 이혼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것 또한 불행을 극복하는 현명한 선택일까. 이혼만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답을 줄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 속에서 그 어떤 것도 단정지을 수 없는 불확실한 현상의 반복이 계속되는데, 사람이 하는 모든 감정과 행동이 어떻게 하나에만 고정되고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물도 변화하듯 인간이 지닌 마음까지도 변화하는 법, 현상 갈등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 본질이 추구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모든 게 편안해지지는 않을까. '솔직히 이런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법이리라.'

법륜 스님의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아직 혼을 되살려 함께 살겠다는 마음을 굳히지 않은 나에게는 너무 멀고도 복잡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책 속에 담긴 스님의 촌철살인 같은 주례사를 들으니 '나 같은 촌놈도 결혼이라는 것을 한 번 쯤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위안을 받은 느낌이라 마음이 살가워진다.

199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www.junto.org)'를 설립한 법륜 스님은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인간성 상실이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고, 대안적인 삶에 대한 '즉문즉설'을 설파해왔다.

스님의 주례사는 이런 법륜 스님의 주옥 같은 말들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고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결국 한 묶음의 책으로 발간하게 된 것이다.


책 속에는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는 인연법 ▲사랑의 진정성 ▲사랑하는 연인들의 마음 관계법 ▲행복한 인연 짓는 마음의 법칙 등 큰 주제별로 이어져,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마음과 집착을 버리고 이해와 포용, 그리고 절제를 깨닫는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혼자 살면 외롭고, 같이 살면 귀찮고...이를 어째?


a  베풀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문제 없습니다.

베풀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문제 없습니다. ⓒ 이정민


법륜 스님은 결혼을 결심한 모든 이들에게 말한다.

"행복은 결혼하다고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과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혼자 살면 외로워하고, 같이 살면 귀찮아 합니다.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결혼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 같은 어중간한 솔로들에게까지 일침을 놓는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저런 갈등 떄문에 여태껏 결혼을 못한 것일 수도 있는데...'

결국 스님 표현대로라면, 자기 마음대로 살려면 혼자 살아야 하거나, 결혼을 하려고 한다면 상대와 진심을 다해 호흡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게 지당한 말씀이리라. 또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을 지고, 결혼을 했으니 오히려 더 많은 수행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응당 이치가 아니겠느뇨!!

결혼은 현실, 조건 대로 맞춰 가자고?

솔직히 말해서 요즘 청춘남녀들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가 서로의 과분한 욕심 때문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고 또 이들을 사회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못해주는 겁박 때문에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놈의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돌아서는 경우가 태반이라 스님은 책을 통해 일침을 놓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지 말라!"

잘 생기고, 돈 많고, 성격 좋고, 능력 있는 남자 또는 예쁘고, 몸매 좋고, 집안 좋고, 학식 있는 여자 등등..서로에게 맞는 조건을 찾아 떠돌아 다니지만 설사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할 수는 있을 것인가. 아님 그렇게 우여곡절 만나 결혼에 골인했더라도 그 결혼 생활이 마음의 풍요까지 보장할 수 있을까.

어느날 불교방송을 보다, 전북에 계신 노스님이 하는 말에 '옳거니'하고 마음을 깨친 적이 있다.

"재가불자 한 분이 2천만 원짜리 시계 자랑을 하기에 내가 물었지요. '그럼 그 시계는 너에게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의 여유를 주느냐' 했더니 '그건 아닙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럼 그 시계 나에게 다오'했더니 '그건 싫습니다'했지요. 그러며 '이렇게 비싸고 값진 건 어떻게 드릴 수 있느냐' 하면서 손사래 치고 나가버리더군요."

"또 어떤 재가불자 한 분이 1억짜리 외국 고급 승용차를 몰고 와서 자랑을 하길래, '그럼, 저 차는 하늘을 날라 다니냐' 그랬더니 '그건 아닙니다' 하길래, '그럼, 나에게 다오' 그랬더니 '안됩니다. 제겐 너무 귀한 차량이라 저 조차도 마음 조바심 내서 조심조심 타고 있습니다'하며 나가버렸죠."

노 스님은 이 두가지 사례를 이야기하며, 결국 재물이 귀할 수록 마음은 더욱 가난해지고, 재물에 집착하고 보살피느라 불안한 생활이 계속 될수록, 마음의 평정심은 찾아오지 못하는 법이라고 설파한 것이다.

결혼은 결국 내 마음을 다 내어주겠다는 서약

a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 ⓒ 이정민


우리는 종종 결혼 후에 서로의 성격차이나 육아문제, 재정 문제, 연애 문제, 처가 문제 또는 외부 세력에 의한 갈등 등으로 서로에게 큰 상채기를 주고 이혼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신혼부부의 이혼율이 세계1등이라고 하니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있으랴.

법륜 스님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행복과 불행이 모두 내 손안에 있다. 내 운명은 나에게 달려 있다. 내 마음에 있다. 이걸 안다면 종이 아닌 주인으로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결국, 이혼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보듬고 갈 수 있는 마음을 잘 다스려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가 생겼다고 갈등이 생겼다고 모두 이혼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떄문이다. 결국 내 마음에서 비롯된 불행의 씨앗들을 잘 살펴보면서 나를 다스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어 묻는다.

"누군가가 나 좋다고 막 미쳐서 날뛸 땐 조심해야 해요. '나를 미치도록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착각하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은 상대가 자신의 눈 밖에 나면 좋은 감정이 금방 증오심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래서 전 누가 나 좋다고 하면 겁이 나요. '저게 또 언제 칼 들고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아무리 나쁜 것이라도 딱 한 걸음만 물러나서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치다. 무엇이든지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원망하고 괴로워지는 것이고, '이것 아니면 안 된다'라는 고집스러운 마음, 바로 집착에서 괴로움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법구경>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도 한 사람 만치의 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 거리 만큼 서로를 존중해주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닐까. 마치 몽골의 황량한 고원 마을에서 원주민과 늑대가 견제와 존중을 해가며 상생하는 것처럼, 마치 미얀마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원주민과 돌고래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연친화적인 상생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상대에게 덕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 명 중에 고르고 골라도 막상 고르고 나면 제일 엉뚱한 사람을 골라 결국엔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혼 생활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덕 보려고 하지 말고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새겨야 합니다. 제가 축의금 대신 이렇게 좋은 말로 축하를 해드리니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법륜 스님)

덧붙이는 글 | <스님의 주례사 / 법륜스님지음/ 김점선그림/ 2010.12/ 휴 / 271p>


덧붙이는 글 <스님의 주례사 / 법륜스님지음/ 김점선그림/ 2010.12/ 휴 / 271p>

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개정판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휴(休), 2018


#스님의 주례사 #정토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