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鼎擔)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민영진 박사, 정진홍 박사, 김영운 목사
유경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인 정진홍 박사, 한양대학교 교목실장 김영운 목사,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민영진 박사가 세 발 노릇을 한 주인공. 정담은 특별히 정해진 틀 없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진행됐다.
김옥라 이사장이 남편 각당 라익진 박사와의 갑작스런 사별 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죽음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 공론에 붙이라"는 소리를 듣고 1991년 4월 2일 창립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김영운 목사는 '죽음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삶이 현실이듯이 죽음 역시 현실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며 죽음은 나와 무관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죽음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그것이 결국 삶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진홍 박사는 '죽음은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죽음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고 회고하며, 덕분에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죽음문화가 좀더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정진홍 박사는 수명의 연장으로 이제는 노년이 더 이상 장년의 확장이 아닌,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생명의 부지(扶持)일 뿐이기에 안락사와 존엄사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더해 젊은이들의 자살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죽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고백적으로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민영진 박사는 반성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언젠가 진도에 가서 씻김굿을 봤는데, 그것이 주는 위로와 다음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을 보면서 목사로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의 기독교 장례예식이 위로나 진지함보다는 그냥 간단히 해치우는 것같은 경우가 많았음을 반성한다."
김영운 목사는 "나는 오늘밤에 죽을 생각!"이라며, 열심히 잘 사신 분들을 살펴보니 그분들은 '날마다 죽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삶을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냈기에 잠자리에 들어 취침기도 아닌 임종기도를 했던 그분들을 따르고 싶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진홍 박사가 뒤를 이었다. "요즘은 의식있는 채 죽음을 맞지 못하는, 사람 아닌 사람으로 끝을 맞는다. 의료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아야 한다'. 20년 전에 상처했는데 손자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손자의 사진을 갖고 빨리 아내에게 가고 싶다. 그래서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웃음). 죽음이 얼마나 축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