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산업안전교육작업장 안전교육에 앞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고기복
한국에 온 지 2년 반이 넘은 수얀또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용접 일을 하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외국인들을 담당하는 현장 관리자는 "이 일이 원래 용접하면서 쇠를 들고 날라서 힘든 일이에요. 좀 아프다고 회사 그만둔다고 할 때마다 그러라고 하면, 이런데 일할 사람 없어요. 지금도 외국인 두 명이 허리가 아프다고 수요일마다 침 맞으러 다니고 있고, 5월이면 근로계약 만기되는 외국인이 세 명이나 있는 마당에, 그 친구 회사 그만둔다고 하는데 어림없는 소리에요" 하며 역정을 냈다.
수얀또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근무처 변경을 요구한 지는 벌써 여섯 달이 넘었다. 작년 9월부터 통증을 느껴, 사장 동생이라는 현장 담당자와 같이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고, 통증 완호를 위한 주사도 맞아 왔다.
그동안 수얀또를 진료해 왔던 신경외과의 이OO씨는 "엑스레이상으로 보면 선천적으로 척추가 약한 척추분리증을 앓고 있는 사람입니다. 허리뼈의 염좌와 긴장으로 인한 요추부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며 본인이 꾸준히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수얀또 본인은 물론이고 진료를 했던 의사뿐만 아니라, 회사 담당자까지도 수얀또가 허리 통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과, 계속 일을 한다면 허리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수얀또의 퇴사를 반대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사측의 동의가 없으면 이주노동자는 퇴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지난달 말부터 수얀또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의사진단서'를 갖고 근무처변경을 허락해 줄 것을 고용노동부 인천북부고용센터에 요청했다. 그러나 고용센터 담당 직원은 "의사진단서 한 장만 갖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못한다고 말할 수 없다. 진단서에 그 일을 못한다고 적혀 있어야 (고용센터 직권으로) 근무처변경이 가능하다"며 수얀또에게 회사로 돌아갈 것을 종용했다.
환자 본인이 허리를 잘 관리하라는 말에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분명히 있을텐데도, 고용센터 직원은 수얀또의 고통에 대해 '나 몰라라' 했다.
수얀또는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는 사실을 누차 말했지만, 아무도 수얀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회사 담당자는 처음에는 사장의 동의가 있으면 퇴사 처리를 해 주겠다고 하다가, 고용센터에서 직권처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태도를 바꿨다.
"그 친구, 작년에 근로계약 연장할 때 월급 올려 달라고 해서 올려줬는데, 또 월급 올려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여기 일이 원래 힘들고 허리가 아픈 일인데, 자꾸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 거 아니에요. 편의를 봐 주고 쉬게 해 줬으면 됐지, 이제라도 일 안 하면 이탈신고 해야지, 뭐"그러나 수얀또의 말은 달랐다.
"작년 시월에 월급 올려달라고 한 건, 근로계약이 끝날 때였어요. 회사를 옮기고 싶었지만, 조금 더 올려 준다고 해서 참고 일해 보자고 생각했었어요. 고향에서 집을 짓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부터 점점 더 아프기 시작했어요.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하면 돈도 못 버는데, 왜 그렇게 해요. 아파도 참으면서 일한 지 여섯 달이 됐어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