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험천만한 핵으로 전기를 생산해야만 합니까?

16일, 일본 핵사고 추모와 반핵 평화기원 행사 열려

등록 2011.04.17 11:50수정 2011.04.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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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의 진행 핵발전소 반대하는 집회 ⓒ 변창기

▲ 사회자의 진행 핵발전소 반대하는 집회 ⓒ 변창기

"핵 반대 집회 있는데 한 번 와 볼 텨?"

 

아는 사람에게 문자가 왔네요. 4월 16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울산 동구 일산 해수욕장에서 행사가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토요일이라 딱히 할 일이 없고 약속도 없어 가보겠다 했습니다. 도착하니 여러 사람이 모여 현수막도 설치하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크고 작은 종이학을 접어 무대 앞에 설치했습니다. 인원은 20여 명 남짓. 하지만 꽤나 묵직한 행사였습니다.

 

"얼마전 일본 지진 피해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죽어있는 소나 돼지도 방송으로 보았고 죽어 있는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사회자가 그렇게 진행 발언을 하며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자의 핵 관련 말을 들으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진이야 자연 재해라지만 핵사고는 인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솔직히 핵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핵 정보만으로도 핵이 얼마나 위험천만 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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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종이학 접기 종이학을 왜 접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평화를 상징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변창기

▲ 즉석 종이학 접기 종이학을 왜 접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평화를 상징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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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접는 거예요. 행사에 참석한 여성 분은 종이학을 잘 접었지만 남성 분은 잘 못 접었습니다. 저도 못 접고 있으니 여성 분이 이렇게 접는 것이라며 한 수 가르쳐 주었습니다. ⓒ 변창기

▲ 이렇게 접는 거예요. 행사에 참석한 여성 분은 종이학을 잘 접었지만 남성 분은 잘 못 접었습니다. 저도 못 접고 있으니 여성 분이 이렇게 접는 것이라며 한 수 가르쳐 주었습니다. ⓒ 변창기

행사는 핵 반대 노래도 하고 회원과 시민의 발언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한국에 핵발전소가 얼마나 있는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21개나 됩니다. 다른 더 훌륭한 대체 에너지도 많은데 왜 하필 그 위험천만한 핵으로 전기를 생산해야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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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촛불도 밝히고 행사 순서로 촛불을 밝혔지만 이내 꺼지곤 했습니다. 오늘 따라 일산 해수욕장 바닷가는 강하게 바람도 불고 춥기도 했습니다. ⓒ 변창기

▲ 작은 촛불도 밝히고 행사 순서로 촛불을 밝혔지만 이내 꺼지곤 했습니다. 오늘 따라 일산 해수욕장 바닷가는 강하게 바람도 불고 춥기도 했습니다. ⓒ 변창기

저는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고리원자력발전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가까운 기장이라는 지역에 핵발전소가 있었습니다. 1호기에서 4호기까지 있고 신 1호기도 더 만든 상태였습니다. 홈페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1호기가 고장나서 정지 중이며 원인파악 중입니다.'

 

사회자가 다시 말을 이어 갔습니다.

 

"핵발전소를 위해 쓰여지는 예산이 연 100억 이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핵발전소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위험인식을 못하는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핵 기술분야가 월등히 높은 일본도 이번 대지진으로 파괴된 핵발전소를 복구 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반복 안 되기를 바랍니다. 깨끗한 지구를 후손에 물려줘야 합니다."

 

시민 한 분은 나와서 "우리나라도 핵발전소가 많지만 핵발전소를 지을 기술은 보유하고 있어도 그것을 다시 해체할 기술은 없으니 더 위험한 현실"이라며 "생명이 함께 생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행사 진행중에 종이학 접기를 했습니다. 어렸을 적엔 많이 접어 본 종이학이었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잘 접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다른 분들이 도와 주었습니다. 아마도 평화를 상징하기 위해 종이학을 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음 순서로 권병규(진보신당 당원)씨가 나와서 시를 한 수 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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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진보신당 당원이라 밝힌 권병규 님이 "애를 낳게 했도다"란 시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 시 낭송 진보신당 당원이라 밝힌 권병규 님이 "애를 낳게 했도다"란 시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애를 낳게 했도다

- 히로시마 원자폭탄 비화

파괴된 빌딩 속 지하실의 밤이었다.

원자폭탄의 부상자들은

촛불 하나 없는 컴컴한 지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피 비린내, 사취(死臭), 땀내 나는 사람들의 훈김, 신음 소리.

그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아이가 태어 났다"고.

이 지옥과 같은 지하실 속에서 지금, 젊은 여자가

산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성냥불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어쩌면 좋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잊은 채 깨달았다.

그때, "내가 산파입니다. 내가 애를 낳게 하지요" 하고 말한 이는

조금 전까지 신음하던 중상자였다.

이리하여 어두운 지옥 속에서 새 생명이 태어났다.

이리하여 새벽이 오기 전에 산파는 피투성인 채 죽었다.

애를 낳게 했도다.

애를 낳게 했도다.

자기 목숨을 버릴지라도.

 

구리하라 사다코(1913~2005)

피폭자이면서 반전박핵주의 대표적인 일본 시인

 

시가 낭송되고 종이학도 접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촛불도 켜졌습니다. 마침 오늘 따라 울산 동구는 바닷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일산 유원지 바닷가에서 진행된 행사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도 추워서 조금 일찍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는 행사 끝나고 이 행사가 누가, 왜 진행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옆에 있던 울산환경운동연합 손정운 활동가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오늘 행사는 핵 시설 파괴로 희생된 생명에 대해 추모도 하고 핵을 반대하는 평화기원 행사입니다. 얼마전 울산에서 가까운 기장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 발전기 하나가 고장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울산환경운동연합, 진보정당과 시민단체가 모여 '핵발전소 추가건설 수명연장 반대 울산시민연대'를 발족하게 되었고 그분들과 함께 이렇게 핵문제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 다음주 토요일에 고리원자력 발전소를 시민단체와 함께 간다고 합니다. 저도 같이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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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에게 되물림 되지 않기를... 엄마랑 함께 온 한 어린이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뒤 사진 배경은 이번에 1호기가 멈춘 부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기장 근처의 고리원자력 발전소라 합니다. ⓒ 변창기

▲ 이 아이에게 되물림 되지 않기를... 엄마랑 함께 온 한 어린이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뒤 사진 배경은 이번에 1호기가 멈춘 부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기장 근처의 고리원자력 발전소라 합니다. ⓒ 변창기
2011.04.17 11:50 ⓒ 2011 OhmyNews
#핵반대 #핵사고 #원자력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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