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에 환호한 순천, "무늬만 야권연대 아니네"

[야권연대 현장을 가다 ②] 무소속 후보 난립한 순천, 야권연대 본격 세몰이

등록 2011.04.17 23:33수정 2011.04.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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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27 재보선은 사상 유래 없는 첫 포괄적 선거연합이 타결된 선거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모든 당력을 총동원해 이번 선거에서 '포괄적 선거연합'의 성과를 만들어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마이뉴스>는 독자들에게 이번 선거를 보는 주요 관전포인트로 '야권연대'를 선사한다. 과연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포괄적 야권연합'이 성사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직접 보여드린다. - 편집자말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순천에 간다고 했을 때 많은 동지와 선·후배들이 말렸다. 왜 정동영이 무공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려고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나는 순천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믿는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최선두에 섰던 순천을 믿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4.27 전남 순천 재보선 야권단일후보 김선동 후보의 손을 맞잡았다. 17일 오후 야4당 공동유세가 열린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 500여 명의 인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민주당! 정권교체 민주당!"이란 구호가 뒤따랐다.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 본격적인 야권연대 세몰이가 시작됐다.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의 어깨띠엔 야4당의 색깔이 녹아 있었다. 민주당의 연두색과 민노당의 주황색, 국민참여당의 노란색, 진보신당의 빨간색이 하나의 물결로 뭉쳐 있었다. 김 후보는 연두색 넥타이를 맸고 야권단일정당 창출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백만민란'의 전남·북, 광주지역 회원들은 등 뒤에 "바꿉시다, 국민의 명령"·"투표 참여 승리" 등이 적힌 종이를 꽂고 있었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 민노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등이 유세차량에 모두 올라타자 유세장은 더욱 달궈졌다.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를 지나던 사람들 중 일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에 야권의 대표선수들을 촬영했다. 운전자들도 잠시 속도를 늦추고 창을 내려 이들의 유세를 주목했다.

 

정동영 "순천 간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지만 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 믿는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이학영 진보대통합시민회의 상임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이학영 진보대통합시민회의 상임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이학영 진보대통합시민회의 상임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공동유세장을 달군 일등 공신은 정 최고위원이었다. 경남 김해에서 이봉수 참여당 후보의 유세를 돕고 온 정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의 텃밭인 순천에서 큰 곤욕을 치를 뻔했다. 한 중년 남성이 정 최고위원에게 당의 무공천을 항의하며 달려든 것. 그만큼 민주당 지도부로서 쉽게 찾기 힘든 곳이 순천이었다.

 

정 최고위원도 "민주당 의원 후보를 안 낸 적도, 당선자를 못 낸 적도 없는 순천시민들이 지금 상황에 대한 문화적 충격을 느낄지 모르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순천 시민들이 진정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과 정동영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기 위해선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게 4:0의 승리를 이뤄야 한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의 감동을 2012년 12월 19일에도 맛보자"고 말했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순천 보궐선거에는 구희승 변호사,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상만·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박상철 경기대 교수, 김경재 전 의원 등 모두 6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태다. 이 중 김경재 후보를 제외한 5명이 당의 무공천 결정에 반발,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유 대표는 "무소속으로 나오신 분들 모두 김대중 대통령을 오랫동안 모신 훌륭한 분들"이라면서도 "그 분들은 이미 국민의 정부 때부터 국회, 청와대, 정당 등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가지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여기 김선동 후보는 상대적으로 경력도 적고 나이도 젊지만 외로운 진보정당의 길을 걸으면서 올바른 길에 청춘을 바친 이"라며 "무소속으로 출마하신 분들이 당선돼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하는 것보다 여기 이 젊은이가 민주당과 연합공천으로 국회로 가는 게 더 아름답지 않냐"고 강조했다.

 

또한 "참여당은 김해을에서 반드시 승리해 YS의 3당야합으로 뺏겼던 경남·부산을 되찾아오겠다"며 "순천시민들은 김 후보를 당선시켜 제1야당 민주당이 야권의 맏형으로 2012년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종식시키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무늬만 야권연대인 줄 알았는데 이제 무언가 이룰 것 같다"

 

민노당 쪽은 이날 공동유세를 계기로 순천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순천 시민들은 이날 공동유세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아이를 안고 끝까지 유세현장을 지켜본 이정현(36)씨는 "젊고 활기차 보여 무언가 이룰 것 같단 기대감을 들게 한다"며 "사실 그동안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무늬만 야권연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현규(54)씨도 "민주당이 왜 순천에서 후보를 무공천했는지 수긍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정동영씨의 얘기를 듣고 나니깐 나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민노당 쪽은 이날 막판까지 순천 공동 유세 참가를 고민하다 강원도로 발길을 돌린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상 순천의 판세를 결정짓기 위해선 민주당이 단일후보에 대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최근 조순용 무소속 후보를 개인적으로 방문, '순천 무공천'에 대한 논란을 점화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노당 중앙당 관계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야4당 선거연합 실무팀에서 박 원내대표의 유세참가를 약속한 상황이었는데 오늘 오전 9시 30분에서야 강원도로 일정이 수정됐다고 일방 통보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알고 보니 전날 밤에 기자들에겐 수정된 일정을 공지한 상황이었다, 이는 정치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은 것 아니냐"며 "순천에서 민주당과 공동선대본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노당으로선 여러 가지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후보들 "순천에서 야권연대? 내가 민주당의 적자"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순용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순용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순용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반면, 무소속 후보들은 야권연대로 '세몰이'에 나선 김선동 후보에 대한 집중 견제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순천 남부시장에서 열린 5일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모두 무소속 후보이지만 노란색을 택한 김경재 후보 외 모든 후보들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연두색 선거운동복을 입고 서로 자신이 민주당의 '적자'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박 원내대표의 방문을 받았던 조순용 후보는 "4월 27일 시민이 후보를 공천해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그는 지난 16일엔 이강래 전 원내대표의 방문도 받았다. 그도 이 점을 적극 활용, 중앙당의 마음은 자기에게 있음을 적극적으로 시사했다.

 

조 후보는 "민주당이 강한 순천에서 야권연대가 필요한가"라며 "박지원 원내대표가 방문했을 때도 민주당의 '순천공천'은 웃긴 얘기다, 당선돼서 복당해 확 바꾸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야권단일후보인 민노당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곁들여졌다. 그는 "순천은 여순사태를 겪는 등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종북주의를 주장하는 민노당 후보를 내세운 야권연대는 성공할 수 없다, 여수·광양 쪽 기업체를 가진 분들이 걱정이 많다"고 주장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희승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희승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희승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지금까지 무소속 후보 가운데 여론조사 선두를 지킨 구희승 후보도 "애당초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냐"며 김선동 후보를 집중 견제했다. 그는 "4.27 재보선은 정권 교체를 위한 선거가 아니다"며 "김선동 후보가 이번 재보선에서 이긴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바로 퇴임하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무소속 후보들 사이에서 막판 단일화가 이뤄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몇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 김선동 후보가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각 무소속 후보 간 격차가 미미하기 때문. 무소속 후보들이 합종연횡에 나설 경우 판세는 다시금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노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노관규 현 순천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지금,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내년 총선은 물론, 순천시장 보궐선거까지 바라보며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유성호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2011.04.17 23:33ⓒ 2011 OhmyNews
#순천 #4.27 재보선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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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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