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헌결정 형벌 조항은 소급해 효력 상실"

"위헌결정의 효력 또는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없어"

등록 2011.04.18 15:53수정 2011.04.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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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 조항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비록 그 이전에 합헌 결정이 있었더라도 전면적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P상호저축은행 노조위원장으로 일하던 S(46)씨는 2004년 1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대출 담당직원을 통해 H씨가 25억 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3억6000만 원을 받았다.

이를 뒤늦게 적발한 검찰은 2009년 11월 S씨를 금융기관 임직원을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제5조4항 제1호 규정(수수액이 5000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이 가중처벌 벌칙규정은 2006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공무원이나 유사 직역에 대한 처벌법규와 비교할 때 균형을 상실했다"며 위헌 결정이 났으나,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2005년 6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S씨의 범행은 위헌결정 이전인 2004년에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2009년 12월 S씨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렸다.

면소판결(免訴判決)이란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 공소가 부적법해 사건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 경우 당해 법조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해 가중처벌 벌칙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원래의 벌칙규정인 구 특경법 제5조 제3항, 제1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항에 의하면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돼 있고, 공소시효는 5년이므로, 이 사건 공소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5년 이상이 경과된 2009년 11월에 제기돼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면소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검사는 "S씨의 수수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로서 법률 변경에 의해 형이 구법보다 가볍게 된 때에 해당해 신법인 현행 특경법 제5조 제4항 제1호, 제3항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에 의하면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서 공소시효가 10년"이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면소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래의 벌칙규정인 구 특경법 제5조 제3항, 제1항에 의할 경우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서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그에 대한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제기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5년 이상이 경과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 명백한 이상,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범죄의 성립과 처벌이나 위헌결정의 효력 또는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대출 알선 대가로 3억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P상호저축은행 전 노조위원장 S씨에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2005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구 특경법 제5조 제4항 제1호의 가중처벌 조항이 합헌으로 선언된 일이 있더라도, 이후 2006년 4월 위 가중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돼 효력을 상실한 이상, 이 사건에서는 원래의 처벌조항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원심이 이 사건 처벌조항은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5년인데, 공소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09년 11월에 제기됐으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해당해 면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형벌조항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가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로 비로소 위헌으로 평가받는 경우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정의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으나, 이러한 불합리는 결국 입법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면소판결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특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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