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한명당 584통, 전화요금만 7억원
 제주도 예산 20억 투입하면서 민간사업?

[현지취재] 24일 뉴세븐원더스 재단 방문예정... 경제효과 연구는 '거짓말'

등록 2011.04.20 18:47수정 2011.04.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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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에 설치된 세계7대자연경관 대형 현수막. 그 앞쪽에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 인근 범선 사진이 있다. ⓒ 최지용

제주도청에 설치된 세계7대자연경관 대형 현수막. 그 앞쪽에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 인근 범선 사진이 있다. ⓒ 최지용

 

오는 24일 제주도에서는 섬 전체가 들썩일 만한 '쇼'가 펼쳐진다.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해녀들이 물질 모습을 재연하고 어선을 동원한 해상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도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사생대회와 소녀시대, 동방신기, 빅뱅 등 인기가수 20여 팀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장인 정운찬 전 총리가 주요인사로 참석한다.

 

바로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D-200일을 맞아 제주도의 선정을 기원하는 행사다. 어선들은 세계7대자연경관 사업을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 재단을 상징하는 숫자 '7'을 바다 위에 연출한다.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사생대회도 '선정 기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생방송 SBS인기가요를 통해 중계되는 가수들의 공연도 마찬가지다. 뉴세븐원더스 재단도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이때 제주도를 방문한다.

 

문제는 최근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그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재단이 유엔(UN)과 협력관계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관련기사: "7대자연경관 N7W재단 UN 파트너 아냐"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자신들이 UN 협력사무국의 공식파트너라고 주장해왔다.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이하 범국민추진위)도 재단을 신뢰하는 유력한 근거로 이를 내세워왔다. 간단한 확인 작업도 없이 재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제주도 예산 20여억 원, 정부도 5억 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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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지적한 누리꾼 3명이 UN 협력사무국으로부터 받은 첫번째 이메일 답변. "N7W재단은 우리의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AF1219 등 제공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지적한 누리꾼 3명이 UN 협력사무국으로부터 받은 첫번째 이메일 답변. "N7W재단은 우리의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AF1219 등 제공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선정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제주도청은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이번 행사와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현지취재를 통해 입수한 행사 계획서에 따르면, 행사 주관만 범국민추진위로 돼 있을 뿐 대부분의 실무는 제주도청 행정부서가 담당하고 있었다.

 

우선 제주도청 행정부서인 세계자연유산관리단과 범도민추진위가 함께 행사 전체를 총괄한다. 또 관광정책과, 수산정책과, 자치행정과, 문화정책과, 환경자산보전과, 스포츠산업과 등도 각 행사를 담당한다. 보건위생과, 방호구호과, 교통환경과, 여성정책과, 환경정책과 등도 안전지원에 나선다. 사생대회는 제주도교육청이 주관한다.

 

사업예산도 '민간단체 지원예산'이 아닌 도 사업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범국민추진위가 자체적으로 4억5000만 원을 마련해 사무실 운영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 비중이 높지 않다.

 

2011년 제주도 예산안에는 업무추진비 항목으로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홍보'에 2억2300만 원, '공기관 등 대행사업비' 항목으로 '세계7대자연경관 홍보물 제작, 광고 추진'에 10억2000만 원, 관련한 업무추진비와 여비로 1억3000만 원 등 각종 항목에서 약 20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예산에도 수천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밖에 제주관광공사가 4억5000만 원, 제주도 관광진흥기금에서 5억 원 예산이 잡혀 있다. 중앙정부도 언론진흥재단에서 5억 원 가량의 광고를 내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관련 공문만 60여 건, 공무원 국제전화 투표 401만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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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기원 행사를 준비하는 제주도청 계획서. 범도민위원회와 제주도청이 협의해 확정한 내용이 담겨 있다. ⓒ 최지용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기원 행사를 준비하는 제주도청 계획서. 범도민위원회와 제주도청이 협의해 확정한 내용이 담겨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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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에 드러난 각 행사별 담당부서. 민간단체가 주관하지만 실제 업무는 각 행정부서에 배당돼 있음을 알 수 있다. ⓒ 최지용

계획서에 드러난 각 행사별 담당부서. 민간단체가 주관하지만 실제 업무는 각 행정부서에 배당돼 있음을 알 수 있다. ⓒ 최지용

 

<오마이뉴스>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제주도 각 부서가 60여 차례 공문을 만든 사실도 확인했다. 도 차원의 지침을 내리는 문서부터 홍보를 위한 공무원들의 트위터 가입을 지시하는 문건도 나왔다.

 

제주도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던 지난 1월, 환경경제부지사가 주재하는 '세계7대경관 선정 추진 지침 시달회의'를 개최했다. 각 실과장과 주무과장, 제주시와 서귀포시 부시장, 유관기관의 총무부서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부지사는 참가자들에게 범도민 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한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로 관련한 공문이 쏟아졌다. 1월31일 '트위터 전 직원 가입 및 투표 인증서 제출', 2월 1일 '부지사 지시사항 및 트위터 가입 현황 제출', 2월 7일 '추진상황 점검회의', '전 도민 인증서 갖기 운동', 2월 24일 '부서별 세부추진 계획 제출', 2월 28일 '인증서 갖기 실적조사' 등 도 자체 사업들이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 공무원들의 동원 문제가 불거졌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제주도청의 문건에는 지난 3개월여간도 공무원은 국제전화 투표 409만여 회를 달성했다(3월 31일자 기준). 한 번 통화에 180원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제주도 관공서의 전화 요금만 7억 3000만 원이 넘는다. 7000명 가량인 제주도 공무원이 한 명당 584통의 전화를 한 셈이다.

 

"하루 1500건의 (부서) 목표량을 달성하려면 근무시간 중의 투표는 불가피하다. 민원전화가 불통일 수밖에 없다."

 

"숙직근무자는 전 직원의 스피커폰을 책상 위에다 5~6대씩 올려놓고 단축키나 재발신 다이얼을 누른다. 차례대로 삐~소리가 나오면 7715를 피아노 치듯 누른다. 그렇게 1시간여가 끝나면 머릿속이 공허해진다."

 

"(2007년 6월 유네스코가) 제주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할 당시만 하여도 외국인이 금방 늘어날 것처럼 했는데 전년도 외국인 내방실적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뉴세븐원더스가 비영리재단으로 세계7대 우표, 세계7대 동식물 등 갖가지 유사한 투표를 벌여 개발도상국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막대한 예산 대비, 보다 구체적인 실익도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관 주도로 하다 보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전 도민, 전 국민, 전 세계인의 자발적인 참여분위기에 역점을 두지 않고 무차별적인 관 조직만을 동원하여 설령 선정된들 후손들에게 떳떳한 세계유산이라 말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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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된 투표 방침을 명시한 4월 11일자 제주도청 공문 내용. ⓒ 최지용

개선된 투표 방침을 명시한 4월 11일자 제주도청 공문 내용. ⓒ 최지용

 

지난 4일 전국공무원노조 서귀포지부가 주관한 토론회 때 쏟아진 공무원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 공무원노조는 관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제주도는 지난 11일 업무시간 중 전화투표를 자제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 핸드폰을 통한 전화 투표와 SNS투표 등은 계속 독려했다. '공직자 자율적 개인별 통화 총량제'를 실시해 개인별 1일 20통 이상, 월 600통 이상의 투표를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임기범 제주도 공무원노조 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들의 불만이 제기돼 강제적인 투표 참여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투표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관 재단에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확실한 검증 없이 제주도가 올인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예산 관계와 사업주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을 찾았다. 제주도청 2청사에 위치한 사무실에는 범도민추진위 위원장의 책상이 마련돼 있었다. 관리단에서는 '7대경관 추진팀'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범도민추진위의 사무국장을 겸직 중인 강성훈 단장은 자리에 없었다.

 

자리에 있던 공무원들은 모두 "답변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후 강 단장과 지속적으로 접촉했지만 "제주도청은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모든 사안은 추진위 쪽에 문의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 후로도 수차례 제주도의 의견을 들으려 했으나 강 단장은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언론취재를 피했다. 

 

삼성연구소 "연구의뢰 받지도, 진행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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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기준으로 제주도 내 공무원들의 투표실적을 집계한 내용이 담긴 제주도청 문서. ⓒ 최지용

3월 31일 기준으로 제주도 내 공무원들의 투표실적을 집계한 내용이 담긴 제주도청 문서. ⓒ 최지용

 

한편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효과를 연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선정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는 "경제효과에 대해 제주도발전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왔지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두 기관 모두 이를 부인했다.

 

제주도발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선정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는 했으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가 연구원의 연구를 바탕으로 '최대 1조 3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연구 내용이 입으로 전해진 것뿐 연구원이 발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07년에 있었던 '신세계7대불가사의' 선정으로 인한 관광객 증가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자료에 한계가 있었다"며 "현재 연구는 중단한 상태이며 앞으로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제효과를 연구한다는 주장에 대해 "연구원에서 협조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논의 단계에서 주관 재단 문제가 불거져 맡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세계7대자연경관과 관련한 어떠한 의뢰를 받은 적도 없으며, 진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말이 일부 엇갈리기는 하지만 현재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범국민추진위 측은 "경제효과 연구결과는 곧 나온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추진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 때문에 부담을 느껴 그렇게 말했겠지만 연구는 진행되고 있으며 한 달 정도 후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에 이를 재차 확인했으나 관계자는 "앞으로도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주도 #7대자연경관 #정운찬 #우금민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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