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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바닥에 낲작 엎드린 엄기영 후보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중앙시장에서 큰절을 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 권우성
"와, TV에 나오는 아저씨다."
모교인 평창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이 신기한 듯 까마득한 '선배'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주위로 몰려들었다. 2008년 앵커에서 물러난 엄 후보의 뉴스 진행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는 고학년 아이들은 물론 저학년 아이들도 '유명인사'의 방문에 달뜬 모습이었다.
기념 촬영을 하던 한 아이는 엄 후보를 상징하는 엄지손가락 대신, 상대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기호를 떠올리게 하는 '브이(V)'자를 연신 지어 보여 잠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줌마 유권자들도 엄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주문진 중앙시장에서 엄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이들은 "뉴스데스크 앵커 할 때랑 말투가 똑같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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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전 자신이 졸업한 강원도 평창군 평창초등학교를 방문해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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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삼척우체국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 권우성
"앵커 때와 똑같네"... 대통령급 인지도 자랑한 엄기영
4·27 재보선 투표일을 6일 앞둔 21일, 엄기영 후보는 영동권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 잠바와 편한 등산 바지, 흰 운동화 차림의 엄 후보는 이날도 강행군을 펼쳤다. 평창을 시작으로 삼척과 동해, 강릉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내달렸다. 계속되는 강행군 탓인지 살도 빠지고 얼굴도 봄볕에 그을린 모습이었다.
엄 후보는 "다이어트를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 중에 선거운동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다"고 우스개를 했다.
이날 엄 후보는 원전 유치 문제로 상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척과 동해 지역에 공을 들였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이 지원 유세를 나와 직접 '홍도야 울지 마라'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엄 후보는 삼척우체국 앞 유세에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회초리를 맞은 한나라당이 이제는 정신을 차렸다"며 "안상수 대표도 원희룡 사무총장도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올해 안 지정 등 모든 약속을 들어주겠다고 공약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고는 절대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거들었다.
오전엔 목사님과 기도, 오후엔 스님들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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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계 표심 잡기...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강원도 동해 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서 스님과 합장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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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 표심 잡기...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한 교회를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기 전 목사와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엄 후보는 삼척과 동해의 종교계 표심 공략에도 나섰다. 개신교 집사이기도 한 엄 후보는 오전에는 삼척의 한 감리교회를 방문해 담임 목사와 함께 기도를 올렸다. 오후에는 동해해양경찰청에서 열린 '독도수호 NLL사수' 봉축법회에 참석해 스님들과 합장을 했다.
현재 강원도지사 선거 판세는 여론조사상 엄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강원도 내 6개 언론사 공동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에서도 엄 후보는 48.7%의 지지를 얻어 34.5%에 그친 최문순 후보를 14.2%p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엄 후보는 표정 관리에 애를 썼다. 그는 "분위기가 좋다"는 유권자들의 덕담에 손사래를 치며 "분위기로 선거하는 게 아니니까 끝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주문진 중앙시장 점포를 돌면서도 엄 후보는 노점에 자리잡은 할머니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일일이 손을 잡고 "열심히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지켜보는 유권자들을 향해 아스팔트 바닥에서 큰 절도 마다하지 않았다.
엄 후보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평창에서 삼척으로 이동하는 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짬을 내 그와 마주 앉았다.
엄 후보는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의 메디슨 투자 유치 공 가로채기 논란에 대해 "이광재 전 지사가 (투자 유치를 위해) 비밀팀을 운영한 것은 맞지만 그건 바이오제약 분야 쪽 투자를 유치하려던 팀이었다"며 "그건 인천 송도로 뺏기지 않았느냐"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이광재 전 지사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삼성의 메디슨 투자는 도지사 시절 비밀팀을 짜 추진한 것"이라며 "숟가락만 얹었다"는 엄 후보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문순 후보도 19일 열린 TV토론회에서 이 전 지사가 써준 편지 내용이라며 "삼성이 신약·의료 관련 사업을 하려는 걸 알고 강원도에 유치하고자 삼성과 만났다, 별도의 팀을 구성해 접촉했고, 메디슨 인수가 우선이라 생각해 우리 측에서 먼저 인수를 제안했다"고 한 바 있다.
다음은 엄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광재 비밀팀은 바이오제약 유치 노력, 송도에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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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전 강원도 영동지역 유세를 위해 이동하던 중 동해휴게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에 대한 삼성 투자 유치에 대해 이광재 전 지사는 "도지사 시절 비밀팀을 꾸려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비밀)팀을 운영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삼성의 바이오제약 쪽 투자를 유치하려던 팀이었다. 결국 그건 인천 송도에 뺏기지 않았나."
- 이번 메디슨 투자 유치 건에 대해서는 이 전 지사의 역할이 없었다는 건가.
"이 전 지사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면 그렇게 했겠지. 아니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도 이 전 지사가 (투자 유치에) 역할을 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삼성이 어디에 투자할 때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한 것인지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민주당과 최문순 후보 쪽에는 아픈 이야기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하는데…, 여러가지 말 안해도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기업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이고 안정을 원한다. 그럼에도 소중한 후배이고 강원도 사람인 최 후보가 기업을 유치해 오겠다면 힘을 합치겠다."
"여론조사 신뢰위기, 중간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
- 오늘 발표된 강원도 내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에서 최문순 후보를 14.2%p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큰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내가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여론조사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또 중간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판세 분석은 캠프에서 할 것이고 나는 끝까지 열심히 뛰겠다."
- 당내 경선 과정부터 지금까지 강원도 곳곳을 누비고 다녔는데 직접 경험한 민심은 어떤가.
"처음엔 강원도민들이 많이 토라져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한나라당을 그렇게 찍어 줬는데 된 게 없지 않느냐는 원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민들이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김진선 전 지사가 3선을 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엔 야당 도지사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다시 야당의 이광재 전 지사를 선택했다. 도민들이 그런 부분들을 곰곰히 돌아보면서 이제는 좀 실속을 차려야 겠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 넓은 강원도 지역을 돌아다니는 게 힘들지는 않나.
"강원도 풍광이 좋아서 크게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김진선 전 지사 시절에 강원도 전역을 2시간권 이내로 만들어 놓은 덕도 좀 보는 것 같다."
- 2주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체력 관리도 중요한 문제인데.
"기자 출신들이 잘 알지 않나. 별별 험한 일 다 해봤기 때문에 이 정도는 무리 없다. 또 재경 춘천고 동문 산악회 회장을 하면서 등산을 많이 했다.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인데 왕년에 그렇게 다녔던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광재, 참여정부 핵심이라 많은 교부세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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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전 강원도 영동지역 유세를 위해 이동하던 중 동해휴게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이광재 동정론'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이기도 한데.
"이광재 전 지사는 강원도에 일찍이 없었던 새바람을 몰고온 사람이다. 강원도민들이 이광재에 열광했던 것은 그의 젊음과 그런 바람과 변화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꺾이면서 안타까움이 동정론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좀 지나면서 도민들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동정론이 아니라 이광재 같은 사람이 또 없을까. 정부여당으로부터 좀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따지고 있다."
- 다시 말해 이번 선거에서는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이 전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강원도에 특별교부세를 가장 많이 가져온 것은 노무현 정부 때 권력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 공약에 들어갈 재원을 계산해 보니 47조 원 정도 되더라. 일부에서는 헛공약 아니냐고 하는데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강원도의 사회간접자본(SOC) 수준을 고려하면 수십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 강원도민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기대하고 있다."
-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TV토론에서의 승부가 선거 막바지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는데 남은 두 번의 TV토론 전략은 뭔가.
"유세 다니느라고 준비를 많이 못하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세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을, 강원도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려고 한다."
- 경쟁 상대인 최문순 후보를 평가해 달라.
"기자로서도 훌륭했고 국회의원하면서 대단히 성장했고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TV토론에서 보면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도지사가 된다면 어떤 도정을 펼치고 싶나.
"당당한 강원도를 만들겠다. 강원도 하면 '감자바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 강원도 사람이네'라고 할 수 있도록 위상을 높이겠다. 30만 일자리를 만들어 잘 사는 강원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강원도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원주에 가야 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뺏어 대구에 보내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가 다시 생긴다면 정부 여당과도 앞장 서서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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