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빠진 '유시민식 연대'...승리할 수 없었다

[주장] 야권, '미완의 승리' 통해 국민의 바람 읽어야

등록 2011.04.28 12:24수정 2011.04.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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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재보궐선거가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권연대의 승리와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났다. 그나마 한나라당이 주요 선거구에서 전패를 면한 것은 김해을에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당선되고 선거기간 내내 우세가 점쳐지던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정권심판을 내세운 범야권진영에게는 뼈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누구나 야권후보의 승리를 장담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 상처는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큰 승리를 거두고도 뭔가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게 된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손학규, 최문순, 김선동 후보가 모두 승리했는데도 가장 손쉬운 승리가 점쳐지던 김해을에서 이봉수 후보가 패배한 것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분명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김해을에서의 야권연대는 '감동'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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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오른쪽) 대표와 이봉수 후보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오른쪽) 대표와 이봉수 후보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많은 정치평론가와 언론이 분석하고 있듯이 김해을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야당, 특히 국민참여당의 모습은 김해을 유권자는 물론이고 전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안타까움만 자아내게 만들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수월하게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김해을에서 패배함은 물론이고 이미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김태호 후보에게 화려한 정계복귀의 길을 터주게 된 것이다.

 

감동이 없는 단순 야권후보 단일화는 국민들에게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 치러진 은평을 재선거에서도 분명하게 입증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이 당선 가능성이나 미래의 비전을 갖지 못한 장상 후보를 내세우면서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야권 단일화에 집착했고, 그 결과 6·2지방선거에서 벌어놓은 민심을 한꺼번에 까먹고 패장 이재오에게 화려한 정계복귀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번 김해을 선거가 똑같은 모습이다. 당선 가능성이나 참신성에서 부족함이 있는 후보를 내세우고도 '노무현의 적자'라는 점만을 강조해서 무리한 단일화를 이끌어낸 국민참여당은 결국 본선에서 야권 전체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이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상대적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고 그 결과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일찌감치 순천에서 무공천을 약속했고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김해을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다. 4곳의 주요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은 2곳에서나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에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재보선의 진정한 승자, '맏형' 노릇 제대로 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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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분당을에서 당선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4.27 재보선 분당을에서 당선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그간 민주당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분당을 선거에서 불리함을 무릅쓰고 손학규 대표가 직접 출마함으로써 선거 흥행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번 선거에서 진정한 승자로 민주당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전남 순천에서도 값진 야권연대의 결실이 맺어졌고 그 결과 호남에서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고, 민주노동당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하지만 순천에서의 진정한 승자는 민주당에 가깝다. 민주당이 무공천 입장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러 후보들 중 한명을 택해 물밑에서 지원했다면 순천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끝내 약속을 지켰고 민주노동당 후보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야권 '맏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물론 순천에서의 야권연대가 지켜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었고 민주당으로서도 비판받을 부분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이러한 야권연대의 힘은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강원도에서도 입증되었다. 최문순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민주노동당과의 야권연대가 있다. 민주노동당이 흔쾌하게 야권 단일화에 합의하고 적극적으로 최문순 후보를 지원하였기 때문에 막판 극적인 승리가 가능했다. 만약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그랬듯 민주노동당이 끝까지 후보를 내어 5% 안팎의 표를 가져갔다면 최문순 후보의 당선은 쉽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야권연대의 실험은 미완의 승리로 끝났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본선만이 남아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분명해졌다. 국민들은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에 대한 심판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야권연대를 지지한다.

 

하지만 단순히 야권 후보를 합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국민들의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야권연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없다면, 그런 후보 단일화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끝으로 야권연대를 통해 이번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 본선에서의 멋진 감동을 기대해 본다.

2011.04.28 12:24 ⓒ 2011 OhmyNews
#김태호 당선 #야권연대 #4.27보궐선거 #손학규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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