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생각'이 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대중의 정치의식이 획기적인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것을 말 해주는 것이다.
그 변곡점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독재체제와 과두세력의 지배이념의 기반이었고, 한국 역사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반공이데올로기의 남은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북풍'은 한나라당에 '역풍'이 되고 있으며, 강원도에서 연이어 민주당의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었다는 점과 접경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현격히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또 하나는 정치 발전의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주의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김해을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로 야권의 후보가 당선되었고,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표를 얻었다는 점, 또한 이번 보선에서 울산의 야권 단일 후보들이 선전했다는 점은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든 결과들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 정치에 있어 이 두 가지는 가장 중요한 대중의 선택 기제로 작용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두 가지 이데올로기적 허상이 '계층적 이해'라는 극히 현실적이고 정상적인 기제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정체된 정치체제간의 모순이 심화되어 만들어진 발전의 모멘텀임에 틀림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귀결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계층의 이해에 따라 정치를 수용하는 대중의 시민의식이 고양되었다는 점과, 정보의 소통이 빨라지고 대중들에게 주류 언론의 당파적 속성이 드러나면서 이들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 이러한 변화의 기저를 형성한 요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짜릿한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고, 반대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는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또한 진보신당은 줄어든 존재감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쩌면 모든 것이 사필귀정일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가 야권의 각 정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수용하여 변화된 '국민의 생각'만큼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민주당이 승리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권이 못해서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점과 손학규 대표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야권의 대권주자로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했다는 점은 축하해야 할 일이나, 이 또한 민주당이 '국민의 생각'에 부응함으로써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은 아직 축배와 독배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분발해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더 열고,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야 한다. 특권과 반칙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들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실질적으로 다수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좀더 '좌클릭'을 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좌클릭'이 어쩌면 길게 보아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정도일 수 있다. 민주당 내 개혁 세력은 호남 지역주의와 우파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민주당과 기타 야권의 뜻있는 정치인들에게 특별히 촉구하고 싶은 점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영남에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생각'에 적극 부응하는 길이다. 국민은 이미 지역정치를 벗어나고 있다. 이 추세를 거스르지 말고 더욱 촉진시켜 굳히기를 해야 한다.
이 일은 정치인의 몫이다. 영남의 유권자는 이미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을 잡아 줄 정치인이 없다면 실기하게 된다. 내년 총선에서는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에서 지역정치의 맥을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젊은 정치인들이 수도권에 안주하여 좌고우면하지 말고 영남으로 달려가야 한다. PK든 TK든 영남에서 야권의 당선자들이 나오는 순간 한국 정치는 구각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2011.05.01 16:31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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