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식사족의 활동영역은 단순히 식당뿐만이 아니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여러 장소에서 나홀로 식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양태훈
이러한 사회적 통념과 타인의 시선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식문화를 영위하는 '나홀로 식사족'은 증가 추세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대입구역에서 주먹밥 가게를 운영하는 박우종(44)씨는 "출·퇴근 시간에 주먹밥을 사 가는 20~30대 직장인들이 우리 가게의 주 고객"이라며 "이들의 수요가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 속 '나홀로 식사족'은 어떤 모습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을까.
"밥 먹을 때까지 위계질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강사인 최보혜(27, 가명)씨. 자기 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한 잣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그녀는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일주일에 이틀은 대학원 수업, 사흘은 학원 강의에 나가야 한다. 결국 이동 중에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떠드는 일은 얼마나 에너지 소비가 큰가. 덕분에 허기를 자주 느끼는 그녀. 그녀에게 저녁식사는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나 다름없다.
오늘은 학원에 강의를 하러 나가던 길. 나른한 오후, 지하철을 타고 학원으로 가는 길은 '제2의 출근길'이다. 그녀는 지친 몸을 출입구에 기대며 저녁식사 메뉴를 고민한다.
'아, 오랜만에 규동을 먹고 싶네. 쇠고기 먹어본 지도 오래됐고, 뭔가 담백한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하고….'그녀는 나홀로 식사의 최대 장점을 '메뉴 선택의 자율성 보장'으로 꼽는다. 그녀는 주변 지인들에게 "나홀로 식사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만족도를 높여주는 메뉴 선택이 가능해서 좋아"라고 늘 상 말해왔다.
그녀는 학원 주변 가까운 일본음식 가게에 발을 들여 놓는다.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식사 소요 시간을 점쳐보는 그녀. 시간이 조금 넉넉히 남았음을 인지하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가끔은 그래. 사회생활은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잖아.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밥 먹을 때까지 그 위계질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그녀가 곰곰 생각하던 중 규동이 나온다. 규동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음식이 나오기 전 아껴뒀던 맑은 우동국물은 그녀의 식욕을 자극한다. 규동을 반 그릇쯤 비웠을까. 가게 직원이 다가와 그녀에게 친절하게 묻는다.